지난 한미FTA 2차협상에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돈키호테 같은 활약으로
지켜진 약제비 적정화 방안. 가격 대비 약효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보험 대상으로 하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골자로 한 이 제도가 결국 한미FTA
향후 방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연 '포지티브 리스트'만 지키면
한미FTA 협상이 잘 되는 것인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한미FTA 협상물로 연계시킬 경우, 포지티브 리스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주의를 흐려, 오히려 더 많은 양보를 하게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한다.
"약가제만 지키다 더 많은 다른 것 잃을 수
있다"
건약은 포지티브 리스트가 사실 다국적 회사에 별로 불리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지난 2차 협상에서의 미국의 부분적인 파행 감행은 '협상 전략'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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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달개비 식당(옛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약가 거품 제거를
위한 제대로된 의약품 선별등재방식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형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국장이 기자회견 취지를 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실제 미국의 의약품 전략은 다양한 특허 연장과 약가산정시
제약회사 참여보장 등을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포지티브 리스트에만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포지티브 리스트 입법 예고안이 몇차례 연기된
것과, 예고기간이 통상 20일에서 60일로 늘어난 상황은 의약품 제도가 협상의제로 논의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건약은 지적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절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부는 강조해왔지만, 새로운
약가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특허연장과 최종약가결정기구에 제약회사 참여를 양보해준다면 결국 이 약속은 거짓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에 당당히 맞섰다'는 여론의 평가로 실리만 챙기고, 실제 내줄 것은 다 내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청와대쪽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기사화 된,
'한-미 정부가 협상 마지막 날인 14일 비공식 막후 협상을 통해 포지티브 리스트를 합의하기로 하고, 대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미국 제약회사
관계자를 참여시키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는 이같은 의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약가 거품' 원인은 한덕수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USTR과 한 이면합의 때문
사실 '포지티브 리스트'의 도입 자체는 필요한 일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
가격은 '거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 '거품'의 원인은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1999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로
보낸 서신을 통해 신약에 대한 한국의 약가결정방식을 선진 7개국(A7) 평균가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한 전 부총리와 USTR이 이같은 이면 합의를 했다는 사실은 한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통상
문제들에서 정부가 제멋대로 남발하는 '몰래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같은 정부의 '전적'을 볼 때, 이번에도 포지티브 리스트 관련 이면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건약은 "포지티브 리스트가 한미FTA 협상물로 거래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동시에 "미국식 기준을 따르는 현행 약가산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의약품 가격을 유발한다"며 "모든 의약품에 포지티브
리스트를 적용하고 강력한 약가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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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약값, 얼마나 비싸나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3일 국내 '약값 거품'을
빼기 위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자, 다국적 제약협회는 새로운 제도가 신약을 차별한다고 즉시 반발했고 미국은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협상장을 뛰쳐나감으로써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왜 '제대로 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필요한지는 건약의 주장을 들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약값 산정의 기본은 A7(선진 7개국) 국가의 기준
약가 책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약가집이 실거래 가격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준 약가책자인 '레드 북'에 비해 실거래가는
79%~41%에 불과할 정도. 대표적인 의약품인 글리벡의 경우 한국의 약값은
23,045원인 반면 미국의 FSS 가격은 19,135원, BIG4 가격은 12,490원이다. 우리나라 약값이 경제수준이 큰 미국보다 한참 비싼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한국이 62,010원인 반면에 미국의
FSS 가격은 49,104원, BIG4 가격은 37,966원으로 미국이 한국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우리나라가 유럽의 약값을 참조할 때도 제약회사가 보험자에게 주는 5~10% 리베이트 가격이 포함된 약값을 참조하고
있는 실정이니 우리 약가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건약은 외국의 약가를 참조할
때에는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조사해 반영해야 한다며, 5월 3일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지난 25일 입법예고안에 여전히 A7조정평균가를
근거로 가격 평가가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법안에는 '포지티브 리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이 부족하다며, 신약에만 적용하려 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모든 의약품에 확대 적용하고 약가 재평가를 확실히 해야한다는
것이 건약의
주장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