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후, 언론매체는 다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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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평] 여론 다양성 치명상 입힌 노대통령의 우격다짐 원망스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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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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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과 관련해 노무현대통령이 방송 시장 개방 수준이 불만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아예 작심하고 한국의 방송을 ‘혐오’하는 노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 과연 ‘저 양반이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라도 있는 사람인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노대통령은 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교육, 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아 아쉬운 대목이다...그런데 이들 분야에 관해서는 우리 협상팀이 방어를 너무 잘한 것 같아 칭찬을 할 일이기는 하나 솔직히 저는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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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대자보 | 어떻게 해야 노대통령의 ‘아쉬운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불만에 찬 그 입이 쏙 들어가게 해 줄 수 있을까? 결론은 한 가지다. 그 무식함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 주는 방법 밖에 없다. 이번 한미FTA 타결이 방송 아니 지상파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지를 차근차근 초등학생 가르치듯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 굳이 PP의 소유지분 100% 허용, 영화와 애니메이션 쿼터 5% 축소, 특정 국가 프로그램 편성쿼터 60%에서 80%로 인상에 대한 문제점은 가르쳐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것 밖에 열어주지 않아 불만이라고 하니. 심지어 통신시장까지 열어 줘 방송통신융합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어 놓고도 불만이라고 하니 더 이상 이와 관련된 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이후 코바코)가 해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함으로써 지상파의 고통과 더불어 한국 언론매체 전체가 어떤 고통을 당할 수 있는지는 하나하나 설명함으로써 그 ‘무식한 입’에서 나온 불만을 해소해 드리고자 한다. 사실상 한미FTA타결 자체가 한국 지상파 시장에는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인데. 지상파 고통의 핵심에는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및 다수 미디어렙 도입이 자리 잡고 있다. 한미FTA협상과정에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코바코가 왜 열렸다고 말하는 것인가? 코바코는 1994년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한국의 당시 공보처가 양허안 중 하나로 이미 열었고, 1995년부터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에 의해서 언제든지 미국 등의 미디어렙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국제적 규범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또 올해 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에서도 법률, 회계, 세무, 교육, 보건의료 등과 함께 방송광고 분야도 개방의 핵심 대상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미FTA가 타결된 것이다. FTA 협상의 특징은 우루과이라운드나 WTO DDA에서 양허하기 한 내용은 기본으로 하고 다자간 협상에서 내놓지 않는 품목 중 끝내 내 줄 수 없다는 내용만 기재해서 그것만 집중적으로 협상하는 ‘유보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협상’이다.
유보리스크에 올리지 않으면 자동으로 개방을 확정짓는 협상. 하지만 미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양허안으로 내 놓은 몇 가지 품목도 자국의 유보리스트에 올렸지만, 한국은 양허안으로 내놓은 그 어떤 품목도 유보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당연히 코바코도 빠졌다. 그래서 한미FTA 타결 자체가 바로 광고시장 완전개방 즉 코바코 해체와 다수 미디어렙 도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버린 것이다. 그 동안 주한상공회의소와 미무역대표부 USTR의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수 년 째 코바코 문제를 지적해 왔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FTA에서는 더 이상 외국인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한 ‘내국민 대우’ 조항이 있다. 미국의 미디어렙사가 한국에서 지상파 광고영업을 대행하겠다고 하면, 한국의 문화부는 바로 ‘코바코 해체와 다수 미디어렙 도입’을 위한 국내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 양국의 의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게 되면 문화부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다수 미디어렙을 도입할 수 있도록 현행 방송법에 들어 있는 코바코 관련 규정을 없애고 개정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 입법해야 한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만 우리 언론에게 있을 뿐이다. 코바코의 기능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지상파와 광고주간의 직거래 방지 기능이다. 코바코가 중간에서 지상파 광고영업을 대행함으로써, 직거래의 대표적인 폐단인 ‘기사와 광고의 바꿔치기’, 즉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 특히 대기업의 비판기사를 광고 받고 기사 빼는 ‘기사 엿 바꿔먹기’ 자체를 제도적으로 상당부분 억제할 수 있었다. 방송의 핵심 기능인 환경감시기능 즉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코바코가 해체되면 지상파도 광고주와 직거래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저널리즘 기능의 심각한 훼손현상을 불러 올 것이다. 기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경영진의 결정에 의해서 기사 엿 바꿔먹기를 상당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둘째는 광고요금 조절 기능이다. 조선일보의 1면 5단 광고와 마지막 면 전면광고의 광고료가 1억 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조사를 보면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수가 적게는 150만 명에서 많게는 17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시청률 10%의 프로그램에 15초짜리 광고가 불과 900만원에서 1,100만원 사이다. 시청률 10%라고 하면 전체 가구 수 1,800만 중 180만 가구가 시청한다는 의미. 정부부처마다 한 가구당 가족 수가 2.8명에서 3.2명까지 각기 다른 통계치를 내 놓고 있는데, 한 가구 당 가족 수 3명이라고 했을 때 10%는 최대 480만 명이고 최소 180만 명이다.
시청률 10%를 조선일보 구독자 수와 같다고 가정할지라도 지상파 광고비는 조선일보 마지막 면 광고비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상파는 ‘아주 잘못된 광고료 책정’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광고효과에 비해 상당히 낮은 광고료임은 틀림없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코바코는 지상파광고료를 전혀 인상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체 매체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코바코가 가격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이런 가격조절기능은 없어지고, 말이 좋아 시장경쟁원리지 약육강식의 밀림으로 한국 미디어환경은 급변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 처해지면 가장 먼저 지역주간지 지역일간지 작은 전국지 큰 전국지들이 차례로 소멸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상파 또한 독립지상파라디오 지역MBC 지역민방으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 셋째는 광고의무할당제도다. KBS2에 광고를 하려면 일정한 양의 광고를 EBS와 몇몇 지상파 라디오에도 해야 한다. MBC는 지역MBC와 몇몇 지상파라디오, SBS는 지역민방과 몇몇 지상파 라디오의 광고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지상파 방송사를 유지 운영케 함으로써 지상파간 균형발전을 도모해왔다. 일각에서 ‘끼워팔기’ 운운하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여론의 다양성이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론의 다양성은 대체로 매체의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중 지상파는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시청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매체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지역성 교육기능 등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지상파방송사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국가 공공성의 기본이다. 그런데 다수 미디어렙이 등장하면 사실상 이런 의무할당제는 없어질 것이다. 보호받아할 가치가 있는 방송사를 극단적인 경쟁환경에 밀어 넣게 된다. 살아 남을 방송사가 몇 이나 되겠는가? 사실상 지상파 방송시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KBS2 MBC SBS를 제외하고 복구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게 된다. 특히 가장 취약한 방송이 지상파텔레비전을 갖지 않은 지상파 라디오들이고 다음으로는 지역방송사들인데, 인력 재원 규모 제작환경 등에서 애초부터 경쟁자체가 불가능한 조건에 있는 방송사들이다. 현재까지 코바코가 수행하던 위의 3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전혀 없다. 아니 코바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기능이다. 지금 상태라면 아주 가까운 시간 안에 KBS SBS 서울MBC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정도를 제외하고 다른 매체들은 망하거나 복구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여론의 다양성에 치명상을 입힌 대통령으로 기록될 노무현 대통령. 그의 우격다짐식 용기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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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박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대자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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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0 [11:36] ⓒ대자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