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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 약제비적정화방안 : 중요한 것들을 챙기고 있는가?

baejjaera 2006. 8. 19. 11:08

약제비적정화방안 : 중요한 것들을 챙기고 있는가?
2006년 08월 14일 10:17:02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국 변진옥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3일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전격발표하면서 시작된 약품의 보험등재와 가격결정문제는 “FTA와는 전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유시민 장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논의에 있어 핵심적 문제가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7월 26일부터 9월 24일이라는 전례 없이 긴 입법예고기간을 두었고(이 기간 안에는 한미 FTA 3차 협상이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이 이 중 선별등재(positive list)방식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 논의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오는 21일부터 의약품/의료장비 작업반(working group)협의를 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수용의사를 밝힌 것은 선별등재방식이지 약제비적정화방안 전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약제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방안에 있어 선별등재 자체는 핵심이 아니다. 한국의 약제비 정책의 성공이 한미 FTA와 별개의 문제라는 보건복지부의 문제의식에 대한 비판은 일단 뒤로 미루고, 도대체 의약품 등재에 있어 기존의 제도의 문제는 무엇이었고, 현재의 대안은 어떤 내용이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우선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별등재방식을 받아들이는 미국의 분명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명확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1. 약제비적정화 그리고 의약품 선별등재(positive list)

 


선별목록(positive list)을 중심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방안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의 급여제외목록(negative list)이 마치 약제비 폭등의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처럼 호도되는 것 같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받은 치료용 의약품에 대해 모두 보험등재를 하되 법정 부적합 품목만을 제거하는 기존의 의약품 보험등재방식이 네거티브 시스템이라면 처음부터 ‘선별’해서 보험약으로 적합한 약만을 등재하겠다는 것이 포지티브시스템이다. 무엇을 버릴 것이냐의 문제를 무엇을 버리지 않을 것이냐의 문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 형식적인 차이는 급여제외목록은 일단 허가받은 모든 의약품을 대상으로 제외목록을 걸러내지만, 선별목록 하에서는 제약회사가 자신의 약에 대한 등재신청을 해야만 심사대상이 된다는 점 정도이다. 비록 대다수 국가들이 포지티브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이나 독일은 네거티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약제비 절감을 위한 방안에는 보험약의 등재과정보다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의사들은 외국약과 국산약 중에서도 고가약을 선호하는 처방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그러한 행태교정을 위한 정책 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보험약 등재방법도 그러한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약품 가격뿐 아니라 전체 의약품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약제비 절감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아무튼 약품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보험약 등재방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목록과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 그래서 실제로 약제비 절감과 함께 국민건강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약제비 줄이자고 환자가 ‘좋은 약’을 사용할 권리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회사에 대응해서 질 좋은 의약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약품의 구매자나 혹은 약품의 가격을 보상해주는 보험자(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가 제약회사의 약품가격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퇴출할 필요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높은 의약품 가격에 의한 재정압박을 줄이고자 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2.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

 


따라서 포지티브냐 네거티브냐는 사실상 껍데기인 것이고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약품의 등재여부와 가격을 평가할 것인가 하는 내용의 문제이다. 미국이 포지티브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전혀 감동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기존의 네거티브방식에서도 실제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경제성을 평가하여 보험등재여부와 상환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약제전문평가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의 기본이 되는 대체가능성이나 비용효과성 같은 것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자료와 인력이 구비되지 못한 관계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약물의 경제성에는 경제성 자체(같은 효능을 가진 다른 약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가)뿐만 아니라 의학적 효과가 현저히 우수한가 아닌가도 중요한 변수로 고려될 수 있고, 특히 그 사회의 중요한 건강문제와 질병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약이냐 아니냐, 어떤 약과 비교할 것이고 분석방법은 무엇을 사용하느냐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한 기술적 문제를 포함하게 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안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자고 하면, 첫 번째 특허가 끝나는 시점에서 오리지널 약값을 20%인하하며 그에 대한 제네릭(generic) 의약품 가격은 오리지널 약가의 80%로 결정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보험등재 된 모든 의약품을 대상으로 새로 설치될 ‘급여평가위원회’에서 순차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하여 급여여부를 다시 결정하며, 셋째 신약에 대해서는(한해 30~40여개 정도) 경제성 평가 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 사이에 가격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 국민건강에 꼭 필요한 의약품인데 제약사가 보험약 등재신청을 하지 않거나 협상이 결렬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내에 설치될 ‘급여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등재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내용은 사실상 상당수 많은 약들의 가격이 일률적으로 20%정도 하락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적은 저가약들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즉, 이윤은 적더라도 필수적인 의약품들의 생산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도 포지티브리스트를 위한 기본적 순서와 기관만을 결정했을 뿐이지,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기술적 사항이나, 기관의 구성 등은 여전히 완결되지 않았다. 이것이 입법예고기간, 특히 한미 FTA 3차 협상과 이번 싱가포르 협상에서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중요한 의약품 정책에 관해 한미 간의 의약품/의료장비 작업반의 설치는 이미 되어 있는 것이고, 약품의 등재와 가격에 이의가 있을 때 독립적 이의신청기구를 만들어 제약사가 저항할 수 있도록 하며, 약가의 결정, 약품등재 등 세부과정에서 미국 제약업계의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8/11).

 


또한 이와는 별도로 의약품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generic) 약 제조 허가시 특허보유제약사의 관련 자료를 인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료독점권도 요구하고 있으며 similar drug(약효는 동일하나 화학적 구조가 다른 유사의약품)에 대해서도 독점권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 염려가 되는 것은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이 되는 부분과 절차적 과정을 구분하여 지킬 부분은 지키되, 제도의 선진화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가능한 한 합리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에서 협의 (연합 8/11)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절차에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 오픈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3. 포지티브리스트만으로 약제비는 절감될 수 있을까?

 


이 제도가 시행이 된다면 많은 의약품이 보험약에서 제외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 10개 정도가 보험에 등재되어 있었다면 이중 약효와 경제성면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2-3개 품목정도가 보험에 등재되고 나머지는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남겨지는 의약품의 단일 가격은 그 이전의 가격에 비해서 다소 낮아질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전체 약제비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심사에 통과할 정도의 의약품은 반드시 최저가약은 아니다. 평균이상의 약가를 가진 약만이 리스트에 남게 될 경우, 전체 약제비가 반드시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비급여 품목이 많아지면, 보험재정상의 약제비는 감소하더라도 국민들의 총약제비는 증가할 수도 있다. 더구나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고가약 선호행태나 개인당 약사용량의 증가와 같은 요인들도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포지티브 리스트가 또 잘못된 제도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포지티브 자체가 실제로 약제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 측면은 특허의 연장 그리고 의약품 정책에 대한 미제약사의 개입여부와 정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은 특허가 있는 한 가격은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단일보험자인 국가가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제도 하에서 당연히 전체 의료비 압박의 문제를 약가의 결정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 제약회사와의 협상에 실패함으로써 꼭 필요한 약을 비급여로 만들어서 저소득층이 민간보험의 혜택을 많이 받는 부유층의 부담을 역으로 받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대 제약사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은 대안적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특허를 제한하는 여러 가지 방식들 즉, 제네릭의 빠른 출시, 강제실시와 병행수입의 대안이 없으면 우리는 특허와 독점으로부터 너무도 나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에도 다국적 제약사들 중에는 정부가 고시한 보험약가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의약품의 국내시장도입을 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이러한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제방안(필요한 의약품의 국내 판매를 거부할 경우 다른 기등재의약품의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 등)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약제비 절감방안의 성패는 오리지널 제약사가 많은 미국과의 FTA와 절대 독립적일 수 없다.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장비의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장비는 매우 고가일 뿐 아니라 미국 및 선진국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이다. 국민건강보험재정압박이 지속될 경우 이는 보험대상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지금도 오전과 오후 텔레비전방송을 도배하고 있는 민간보험사의 광고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