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발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란?
2006년
08월 15일 10:48:36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그간 모든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으로 등재했던 관리방식(네거티브리스트)을 효능과 가격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평가와 가격 협상을 거쳐 선별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리스트)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네거티브리스트 방식 하에서는 의약품의 효능 및 가격 등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평가 없이 모든 의약품이 보험등재 대상이 된다. 따라서 다른 약에 비해 별로 효과가 우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왔다. 일례로 대표적인 혈전용해제인 아스피린의 한 알 당 가격은 34원에서 84원 정도지만, 똑같은 효능을 가졌더라도 신약은 2,174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약제비가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현재 건강보험 총 진료비 24조8천억 원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9%인 7조2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결국 불합리하게 설계된 약가제도로 인해 국민재정의 손실이 가중되고,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약제비 비중을 2011년까지 24% 이하로 끌어내리고, 건강보험 재정의 내실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25일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관련법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당찬 포부와 달리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약가거품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지티브리스트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현재 정부가 내놓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입법예고안은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의 기본이 되는 약가선정 기준, 경제성 평가지침, 협상지침에 대해 추후 재개정이라고만 했을 뿐 약가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안이 전무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약가 거품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약가결정방식의 불합리한 구조가 유지되어 사실상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의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현재의 약가제도는 약가 결정과 재평가 시 선진 7개국(A7)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혁신적 신약 가격 결정 시에는 A7국가의 기준 약가를 제시하고 있는 ‘레드북’이라는 책자를 약가결정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레드북’에 제시된 가격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의약품의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경우 한국의 약값은 23,045원인 반면, 미 연방정부의 공급가격은(FSS)은 19,13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 국방부, 보건소, 해안경비대, 보훈처(BIG4) 등에 공급되는 가격은 한국보다도 10,555원이 싼 12,49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페암 치료제 ‘이레사’의 경우도 미국 FSS와 BIG4 가격이 각각 49,104원, 37,966원으로 한국의 62,010원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정부가 참조하고 있는 유럽의 약값 역시 제약회사가 보험자에게 주는 5-10%의 리베이트 가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는 등 A7 참조 약가가 실거래가 보다 크게 부풀려 있었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A7 국가들을 기준으로 삼아 약가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인데, 게다가 그 기준 약가 자체가 부풀려져 있는 현재의 불합리한 현 약가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그대로 안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부의 이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과도한 가격으로 책정돼 이미 보험에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들은 제외하고, 신약에 대해서만 포지티브리스트를 적용하고 있어 새로운 약가제도가 시행된다손 치더라도 그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렇게 되면 포지티브리스트의 장점은 사라지고, 현행 네거티브시스템의 문제점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을 골자로 한 이 같은 약제비 개선방안에 대해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등 다국적제약회사들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우수한 신약 사용을 저해하고,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생명의약 분야에 있어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연구개발 투자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이미 알려져 있듯 미국은 지난 한미FTA 2차 협상에서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문제 삼으며, 협상 자체를 결렬시키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이 한국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지, 또 한국 정부는 무엇을 내어 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 김삼권 기자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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