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칼럼] 한·미 FTA "상대가 너무 강하다"
[SBS TV 2006-07-15 21:40]
-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 -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2006년 월드컵이 이탈리아의 우승과 함께 지난 주말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대표 팀은 16강 진출에는 실패하였지만, 잘 싸워서 2002년 월드컵 4강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우리 축구가 강해진 것이 강한 팀과 싸웠기 때문이라며 우리 경제도 한·미 FTA를 통해 경쟁을 강화하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쟁을 통한 자극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이 있을 때 이야기이지,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에 노출이 되어봤자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축구 실력이 향상된 것도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뤄 빈곤에서 탈출한 1980년대 이후
자라난 체력 좋은 선수들이 우리 대표팀의 주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초 체력이 뒷받침이 되니까 경쟁을 통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있어 농업, 서비스업 등 기초체력이 부족한 분야가 개방만 한다고 그 경쟁력이 향상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각해서 안 될 것은 축구는 경기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지만 한·미 FTA는 경기규칙 자체가 협상의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정하는 데에 매우 능한 나라입니다.
지금은 금융의 개방을 부르짓지만 19세기 자국의 금융업이 유럽에 뒤졌을 때는 외국인은 은행 이사도 못 되게 하였고 국책은행의 경우는 영주권이 없으면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던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이번 협상에 있어서도 미국은 똑같은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유리한 농업에 대해서는 긴급 수입보호장치를 반대하면서 자신들이 불리한 섬유산업에서는 이를 요구합니다.
공정한 규칙에 따라 싸우는 스포츠와 한·미 FTA와 같이 강대국이 규칙부터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양국간의 경제협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기초체력도 달리는데 허황된 자신감을 가지고, 그것도 규칙이 불공정한 대회에 나간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이 뻔합니다.
장하준/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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