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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약값 마음대로 내리지 마" 압력 행사
〈한겨레〉'회의록' 입수…복지부 "단순 참관"
거짓말
2006-03-27 오전 10:39:09
한국 정부가 약값 산정 등에 참고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2002년부터 운영해 온 '의약품 워킹그룹'에 미국
관리들이 참석해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문건으로 드러났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는 단순한 참관인 자격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2002년 당시 약값 인하를 통해 소비자 보호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꾀하려 했던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은 이런 자리가
마련되는지조차 보고를 받지 못했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의약품 워킹그룹' 회의록을 보니…약값 인하
정책에 '브레이크'
〈한겨레〉는 3월 27일 '의약품 워킹그룹'의 회의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단순한 참관인 자격이었다는 정부 말과는 달리 우리 의약품 정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수립되도록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약값 산정을 위해 마련된 '의약품 워킹그룹'에 3년간 미국 대사관 직원이 고정적으로 참석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2002년 6월 20일 열린 제3차 회의 때 미국 대사관 관리는 당시 우리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던 '의약품 참조 가격제'를 언급하며 "시행을 연기한다는 전임(김원길) 장관의 약속과 달리,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와 (이태복) 장관 면담
때 (장관이 이에 대해) 별도 언급도 없이 (도입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의약품
참조 가격제'는 효능이 비슷한 의약품의 경우 이들의 평균값 정도만 건강보험에서 보상하는 제도다. 평균값을 넘는 비싼 약은 차액을 환자가 물도록
해 고가의 신약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고가의 신약이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고압적 발언 일쑤…복지부 장관은 회의 개최 사실도 몰라
미국 관리의 압력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3년 3월 14일 열린 제6차 회의 때 미국 관리는 "회의가 처음 의도와 달리 운영되는 것은 안 된다"며 "어느
경우든 양국의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변화되는 사항은 워싱턴에 보고해야 한다"고 고압적으로 발언을 했다.
이런 미국 관리의 압력은
'의약품 워킹 그룹'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2003년 12월 3일 열린 제8차 회의 때 '의약품 워킹 그룹'을 미국
정부와의 정례 회의로 대체할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미국 관리의 반대에 부딪쳐 세 차례나 더 열렸다는 것. 당시 미국 관리는 "'의약품 워킹
그룹'은 필요하며 지속돼야 한다"고 복지부의 안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태복 복지부 장관이 이런 자리가 마련돼 왔다는
사실조차 보고를 받지 못한 일도 충격적이다. 〈한겨레〉는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이 '의약품 워킹 그룹'의 개최와 미국 관리들의 참석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이태복 전 장관은 자신이 경질된 2002년 7월 11일 이전까지 이런 자리가 세 차례나 열렸지만 '워킹 그룹이 준비 중인 줄만
알았지 개최되고 있다는 보고는 못 받았다'며 '미국 대사관 관리의 참관은 더더욱 몰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담당 국장들은 이같은
정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시민·사회단체 "이런 한심한 꼴이니 FTA인들
제대로 하겠나"
한편 이렇게 미국 관리들이 수 년간 우리 정부의 의약품 정책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복지부의 해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서 복지부 배경택 통상협력팀장은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3월 12일 기고한 글을 통해 "양국 간의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내외 업계와 협의하는 자리에 미국 외교관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반박과는 달리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수 년간 우리 정부의 약값 정책에
미국이 압력을 행사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국익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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