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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 "독이 든 술잔이라면?"

baejjaera 2006. 3. 23. 13:51

아래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 퍼온 글이며, 저작권은 프레시안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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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이 든 술잔이라면?" 
  김민웅의 세상읽기 〈202〉 
  2006-02-15 오전 9:12:15

 

1703년 〈메튠 조약(Methuen Treaty)〉이라는 것이 영국과 포르투갈 사이에 체결되었습니다. 서로 경쟁력 있는 것을 특화해서 무역거래를 트자는 것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팔고, 영국은 섬유를 집중해서 수출하는 식으로 타협을 본 것입니다.
 
  리카르도가 말했던 이른바 "상대적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통한 자유무역의 보기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영국에 비해 산업화의 수준이 뒤떨어졌으니까 괜히 섬유에 손대서 팔려고 하면 서로 경쟁만 심해지고 또 능력도 안 되는 판국에 쓸데없이 힘만 소모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프랑스 포도주를 수입하기보다는 포르투갈 포도주를 수입할 테니 배짱이 맞는 장사가 아닌가 했던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이 협상에서, 포르투갈은 영국 섬유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영국은 포르투갈 포도주에 대한 관세를 낮추면서 이른바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 요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포르투갈의 산업기반은 영국의 섬유와 기타 공산품의 시장 장악으로 붕괴되어버리고 맙니다.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조처를 전혀 취해놓지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당시 포르투갈이 가지고 있던 식민지에까지 영국의 손길이 뻗쳐 포르투갈은 급격하게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국은 포르투갈의 식민지 브라질로 그 시장을 확대해 브라질의 금을 가져옴으로써 영국 런던은 최대의 국제 금융본부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였습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포도주 수출에만 매달리던 포르투갈은 경쟁국 프랑스가 포도주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영국과 협상하면, 결국 출혈경쟁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포도주를 팔아야했고 이것은 포르투갈의 다른 분야를 성장시키는 힘도 꺾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포르투갈의 농업은 피폐해졌고 결국 영국의 눈치만 보면서 살아야 하는 초라한 대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포르투갈은 영국의 포도주 시장에 진출해서 경제적 기반을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당시 영국은 영국의 발전된 산업이 포르투갈에 들어가면 포르투갈이 이를 배워서 경쟁력도 높아지고 선진적 기술도 전수받게 될 것이라고 꼬였습니다. 그러나 그건 사실 포르투갈의 시장을 자신의 손아귀에 다 장악하기 위한 논리였습니다.
 
  물론 포르투갈의 몰락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자유무역 논리의 허구가 입증된 매우 중요한 역사적 보기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무역 논리에 무방비로 빠져드는 것은 강자의 전략에 얽혀 들어가는 일임을 뼈저리게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그런 차원에서 깊이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 작업의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는 철저하게 무시해버리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반민주적 행태는 이 협정의 결과가 민주주의와 대립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 특권적 소수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징조입니다. 깨놓고 이야기해서 꿀릴 게 없다면 기습작전 하듯이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대로 그냥 일부의 손에 안심하고 맡기면서 방치해둘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닌 것입니다. 한-미 FTA는 자칫 독이 든 술잔일 수 있습니다.  
    
  
  김민웅/프레시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