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브리핑>의 한미FTA 통계 ‘마사지’
산업연구원 자료 잘못 인용해 “FTA는 양극화와 무관하다” 강변
청와대는 12일 <청와대 브리핑>의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는 기사에서 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고까지 강변했다. 그런데 한미FTA가 양극화와 상관없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려다 의욕이 앞선 탓인지 실수와 왜곡, 논리의 비약이 넘쳐난다. 몇 가지만 지적하자.
단순한 실수인가 의도된 실수인가
이 기사는 산업연구원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기사에 적시돼 있진 않지만 이 연구소가 지난해 8월 31일 발표한 ‘시장개방과 소득양극화’가 출처인 듯하다. 여기서 청와대는 중요한 실수를 하고 있다.
[표1] 청와대브리핑
|
1979 ~1985 |
1986 ~1990 |
1991 ~1995 |
1995 ~2000 |
2001 ~2005 | |
시장개방 |
무역의존도 |
34.6 |
40.4 |
48.4 |
67.8 |
86.1 |
관세율 |
6.6 |
6.9 |
5.0 |
3.7 |
3.2 | |
소득 불평등 |
평균대비 하위 10% 소득 |
30.4 |
30.8 |
33.2 |
29.1 |
27.1 |
상위 10%대비 하위 10% 소득 |
19.8 |
20.6 |
22.7 |
19.9 |
18.8 |
[표2] 산업연구원 자료
|
1979 ~1985 |
1986 ~1990 |
1991 ~1995 |
1996 ~2000 |
2001 ~2005 | |
시장개방 |
무역의존도 |
34.6 |
40.4 |
48.4 |
67.8 |
86.1 |
관세율 |
6.6 |
6.9 |
5.0 |
3.7 |
3.2 | |
소득 불평등 |
평균대비 하위 10% 소득 |
30.4 |
30.8 |
33.2 |
29.1 |
27.1 |
평균대비 하위 20% 소득 |
39.4 |
40.4 |
42.7 |
38.7 |
37.0 | |
상위 10%대비 하위 10% 소득 |
12.3 |
12.7 |
14.5 |
12.2 |
11.3 | |
상위 20%대비 하위 20% 소득 |
19.8 |
20.6 |
22.7 |
19.9 |
18.8 |
[표1]은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것이고, [표2]는 산업연구원의 원자료다. 청와대는 원자료의 ‘상위 20%대비 하위 20% 소득’ 란의 수치를 ‘상위 10%대비 하위 10% 소득’란에 잘못 옮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위20% 대비 하위20% 소득’ 지표(5분위 계수)보다는 ‘상위10% 대비 하위10% 소득’ 지표(10분위 계수)가 소득불평등도를 더 정확히 나타낸다. 구간을 좁게 나눌수록 소득분포를 덜 뭉뚱그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결국 10분위 계수를 표시하면서 원자료의 5분위 수치를 끌어들임으로써 소득불평등도를 훨씬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 핵심원인은 금융․자본시장 개방
원자료 [표2]에서 ‘상위10% 대비 하위10% 소득’ 란의 11.3은 하위계층 10% 소득이 상위계층 10% 소득의 11.3%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를 다른 식으로 말하면 상위계층 10% 소득이 하위계층 10% 소득의 8.85배라는 것이다.(100÷11.3=8.85).
[표2]의 ‘상위10% 대비 하위10% 소득’을 ‘하위10% 대비 상위10% 배수’로 고쳐서 표시하면 [표3]과 같다. 이해가 쉽기 때문에 흔히 이런 식으로 표시한다.
[표3] 소득 불평등도
|
1979 ~1985 |
1986 ~1990 |
1991 ~1995 |
1996 ~2000 |
2001 ~2005 |
하위10% 대비 상위10% 배수 |
8.13 |
7.87 |
6.90 |
8.20 |
8.85배 |
청와대는 [표3]과 관련해 1980년대 이후 개방폭을 넓혀왔는데도 소득불평등은 감소했다고 해석한다.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은 개방이 아니라 IMF 외환위기이며, 따라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표2]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원자료는 정책변수로서 ‘무역의존도와 관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상품시장 개방이 소득불평등도에 미치는 영향만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연구는 금융․자본시장 개방이 불평등도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미FTA가 상품시장 개방을 훨씬 뛰어넘어 금융서비스, 자본시장 개방과 제도변화까지 아우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교역증대와 소득불평등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한미FTA에 대입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비약일 수밖에 없다.
사실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산업연구원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개방과 양극화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용감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표3]을 이해하는 핵심은 왜 1996~2000년 이후 소득불평등이 급속히 심화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기간 직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1990년대 들어 미국은 한국의 금융․자본시장 개방을 강하게 압박한다. 이에 한국정부는 금융․자본시장 개방을 본격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1990), 한미금융정책협의회(1992) 결과 외국인 상장주식 취득 허용[표4], 금융자유화와 시장개방 청사진(Blue-print for Financial Liberalization and Market Opening) 마련(1993), OECD 가입(1996)에 따른 본격적인 금융․자본시장 개방조치가 이어졌다. 양극화는 이들 개방조치에 뒤이어 일어난 것이다.
[표4]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단위: %)
|
1992 1.1 |
1994 12.1 |
1995 6.1 |
1996 4.1 |
1996 10.1 |
1997 5.1 |
1997 11.13 |
1997 12.12 |
1997 12.30 |
1998 5.25 |
외국인 소유한도 |
10 |
12 |
15 |
18 |
20 |
23 |
26 |
50 |
55 |
폐지 |
출처 ; 한국은행
소득불평등 세계1위 한국-움직일 수 없는 진실
주류경제학자들도 ‘시장개방이 불평등 심화와 관련이 없다’는 용감한 주장은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자유무역이론가인 콜롬비아대 바그와티(Bhagwati)교수 같은 사람도 시장개방이 소득불평등을 키울 수 있음을 인정한다.
청와대가 인용한 산업연구원 자료에도 최근 15개 논문을 검토한 결과 시장개방이 개발도상국 소득불평등을 완화한다는 연구는 없다는 Milanovic and Squire(2005)의 논문이 소개돼 있다. 15개 논문 가운데 6개는 소득불평등 심화, 3개는 특히 개발도상국 소득불평등 심화, 5개는 영향 없음, 1개는 선진국 소득불평등 완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 논문의 시사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FTA 상대국의 생산력 수준이 문제다. 미국의 생산력이 우리보다 높다면 이 논문의 시사점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튼 90년대 전반의 금융․자본시장 개방효과에 더해 IMF 이후의 급속한 개방으로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최고 수준의 소득불평등도를 자랑(?)하고 있다.
[표5]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10분위 계수로 나타낸 소득불평등도가 세계 1위다. 재경부는 우리는 세전소득 기준이고 외국은 가처분소득 기준이어서 수치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이 2001~2005 수치를 8.85로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때 [표5]는 진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5] OECD 주요국 10분위율 순위(불평등도가 높은 순위)
|
1위 |
2위 |
3위 |
4위 |
5위 |
6위 |
7위 |
평균 |
나라 |
한국 |
멕시코 |
터키 |
미국 |
포루투갈 |
일본 |
그리스 |
OECD |
십분위율 |
9.4 |
9.3 |
6.5 |
5.4 |
5.0 |
4.9 |
4.8 |
4.3 |
자료: 노동연구원 보도자료, 2006.4.3.,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 정책현안』, 2006.9.
참여정부 들어서도 세계최고의 소득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참여정부가 소득불평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소득양극화를 극한까지 몰고갈 한미FTA를 무모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0년대 전반과 OECD 가입 이후의 개방이 ‘중모리’이고, IMF 이후 개방이 ‘자진모리’였다면, 한미FTA 이후 개방은 ‘휘모리’가 될 것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사회의 양극화 역시 ‘휘모리’ 장단처럼 세차게 몰아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청와대브리핑>쪽은 [표1]과 관련한 실수를 확인한 듯 최근 관련 도표를 다음과 같이 수정해서 올려놓았다.
'난 반댈세! 한미FTA, 한EU FTA > 한미 FTA, 한EU FTA 소식 및 문제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 [송기호의 FTA 뒤집어보기(끝)] ISD 20문 20답(下) - '투자자-국가 제소제 반대'가 '세계화 반대'라고? (0) | 2007.04.18 |
---|---|
[펌] 한미 FTA 속살을 보여주마! - 협상 시작부터 끝까지 (0) | 2007.04.18 |
[스크랩] FTA 협정원문, 이것도 ‘공개’라고 할 수 있나 (0) | 2007.04.18 |
[스크랩] 한미FTA 협상, 이래도 ‘성공’이라 우길겁니까? (0) | 2007.04.15 |
[스크랩] 대선주자의 검증 1순위, FTA를 물어라 (0) | 2007.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