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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 [단독] 미, 중국 견제위해 “FTA 가능 급전환”

baejjaera 2006. 8.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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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 중국 견제위해 “FTA 가능 급전환”
중국 밀어낸 한미 FTA
2006-08-10 오전 07:19:47

 

 

 

 

» 한미 FTA 추진경과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슈특집 : 노무현정권과 한미FTA

 

중, 지난해 6월 농산물 양보 뜻 밝히며 요청
김현종 본부장 7월 미국에 중국 움직임 알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핵심쟁점은 당연히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여기에 하나 더 붙여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왜 이렇게 갑자기 시작됐는가?” 하는 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겨레>가 9일 단독입수한 2005년 9월12일자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둘러싼 이런 의문에 상당 부분 답을 해준다.

 


애초 정부는 2003년 9월 작성한 ‘자유무역협정 추진 로드맵’에서 대상국 선정을 두고 “부담이 적은 국가에서 거대·선진 경제권으로 점차 확대해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거대 경제권에서는 예외적으로 한-일 협정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미국·유럽연합·중국 쪽은 중장기적 과제였다. 하지만 한-일 협정 추진은 일본 쪽의 소극적 태도로 진전을 보지 못한다.

 

 

정부는 미국이나 중국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2004년 12월에 열린 제3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을 보면 일본·미국· 중국 등 거대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순서는 일본→미국→중국 순으로 정해진 것으로 나온다. 정부는 당시 2005년 1월부터 미국과 6개월 정도 예비점검협의를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반면 당시 중국과는 민간 연구기관 간에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경제적 효과에서 앞서는 중국 대신 미국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이유는 대외경제위 안건만 보면 불분명하다.

 

 

정부는 2005년 1~6월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미국과 실무점검협의를 열었으나 바로 걸림돌에 부닥친다. 미국이 쇠고기, 스크린쿼터 등 양국간 핵심 통상현안에 대해 한국의 양보를 협정 추진의 전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우리 정부도 2005년 4월 제4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자료에서 “양국간 주요 통상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의가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중국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상황은 급변한다. 중국은 지난해 5월께부터 갑자기 그동안의 유보적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자유무역협정 담당 부서인 중국 상무부 이샤오준 차관보는 중국주재 한국공사와 나눈 비공식 면담 자리에서 “중국 쪽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우선적 어젠다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쪽에 11월 아펙 정상회의 때까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중 협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던 농산물 문제에 대해서도 대폭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관련해 우리 쪽은 중국산 농산물로 말미암은 피해 우려 때문에, 중국 쪽은 대한국 무역적자 악화 우려 때문에 주저했는데, 중국이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나선 것이다.

 

» 지난달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협상에서 김종훈(오른쪽 두번째) 한국쪽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왼쪽 첫번째) 미국쪽 수석대표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완강했던 미국이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께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협상 시작 전에 양국간 통상 현안을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미국이 이맘때부터 통상 현안에서 단계적 진전이 있으면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에이미 잭슨 무역대표부 한국담당 부대표보는 지난해 8월 “쇠고기, 스크린쿼터가 완전히 해결되고 나머지 분야에서 진전이 있다면 한-미 협정에 대한 의회 및 업계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국 쪽 변화를 불러온 촉발제는 중국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추정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7월 방미해 중국의 갑작스런 제안에 대한 미국 쪽의 의중 파악에 나섰다. 당시 미국의 한국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위원과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김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중국과 먼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의회 등 공식기관의 의견을 들었다는 흔적은 없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미국 쪽의 강한 우려와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갖는 문제점들을 검토한 끝에 ‘국내외적 민감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중 아닌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조속 추진을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한 달 뒤인 10월 한-미 통상현안 분기별 점검회의에서 스크린쿼터, 쇠고기, 자동차, 의약품 등 ‘4대 선결조건’을 미국에 양보하면서 한-미 협정의 본격적인 시작을 위한 걸림돌을 치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급속한 상황 진전에 대해 지난 6월 대외경제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지난해 말에 미국이 뜻밖에 수용 자세로 나와서 갑자기 된 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자료공개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미국도 협정체결에 적극적…정부내 친미파가 졸속추진”

 

 

» 심상정 의원

“드디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 추진의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5c사진)은 9일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를 통해 지난해 5~9월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그 사이에 낀 우리 정부의 물밑 움직임이 드러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의사를 밝혀오자, 미국은 이에 대해 강력 경고했으며, 우리정부가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쪽으로 최종 결정한 일련의 과정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우리가 먼저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자료를 보면 미국 쪽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며 “한미간 협상 시작의 배경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이 주목한 것은 이제껏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어왔던 자유무역협정이 무엇 때문이었냐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스라엘, 요르단, 오스트레일리아 등 15건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심 의원은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나선 것은 그냥 한국이 그동안 머뭇거리던 4대 선결조건을 양보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동아시아 주도권 유지라는 전략 차원에서 협상 개시를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심 의원은 또 미국과 중국이 맞서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 쪽으로 기울었던 이유로 정부 내 일부 ‘친미파’를 지목했다. 심 의원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독자적 전략을 갖고 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까지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자세로 비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전략적 필요와 국익을 무조건 미국 쪽에서만 찾으려 하는 국내 친미진영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앞으로 한-미 협상 추진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만큼 협상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