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우연인지 어쩐지 서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요컨대, 일부
환경단체 간부가 ‘물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설마?! 확인해본다고 몇 군데 전화를 했지만, 사실 자체가 불분명했고,
술자리에서 오간 듯한 객담을 본인들에게 들이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몇 환경운동가들이 한국전력의 분할 매각에 찬성했던 적도
있어 걱정을 접기 어려웠지만, ‘민영화를 통해 가격을 올려서 물 낭비를 막자’는 식의 주장은 절대 펴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 보기로 했다.
지난 2월 14일 국무회의는 ‘물 산업 육성방안’을 의결하고, 올해 안에 ‘구조개편 및 민간참여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국내 상수도 서비스는 지자체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효율성이 낮고, 적극적 수익창출 및 해외진출 동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2015년까지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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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물
민영화 반대시위에서 한 소녀가 물값 인상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Jubilee Sou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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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상하수도 사업만이 유독 효율적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공공은 비효율이고 사영은 효율이라는 맹신에는 실소가 나올 뿐이다. 민영화된 영국 철도가 효율적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언제나
국가 경쟁력 1위로 꼽히는 핀란드가 한국보다 36배나 많은 공기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의 사기업이 북유럽의 공공
기관보다 효율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효율성은 공공이냐 사영이냐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민주주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을 민영화한 나라들에서 물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사례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수도작(水稻作) 문화인 한국에서 물값의 인상은 주식인 쌀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 소비가 많은 자동차·전자·조선·철강 산업의 위축과
경제성장률의 저하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물 민영화 비율이 10% 남짓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는 돈 없으면
먹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데 돈 없는 사람이야 쌔고 쌨지만, 물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 민영화는 헌법 제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를 위배하는
것이다. 물 민영화를 하려면 먼저 개헌부터 해야 한다.
세상에는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팔 수 있는 것과 팔 수
없는 것이 있다. 가지고 팔 수 없는 사람을 소유하고 상품화한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멸한 것처럼 산과 바다, 물과 공기를 독점하고 돈 받고 파는
사회는 사멸하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처나 아들딸을 민영화하고 분할 매각하지 않는 것처럼, 국민의 생명을 팔아 치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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