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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 美대법관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맞선 이유

baejjaera 2006. 7. 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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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대법관들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맞선 이유 
  [기고] FTA 앞에 선 한국의 사법주권과 헌법질서
  
  2006-07-26 오전 11:36:29


  
  미국의 첫 여성 연방 대법관인 오코너(O'Connor)는 2005년 1월 치매에 걸린 남편 곁에 있기 위해 24년 간 봉직해 온 대법관 직무에서 은퇴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일흔다섯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에 그녀를 미국의 102번째 대법관에 지명할 때, 그녀가 보수주의 대신 중도적 헌법관을 견지해 소수인종 우대, 여성의 낙태 권리 등에 관한 중대한 판결에서 균형추 구실을 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코너의 중도주의는 국제법 분야에서도 일관되었다. 그녀는 1997년 뉴욕대학의 <국제법 저널>에 기고한 '자유로운 나라들의 연방주의(Federalism of Free Nations)'라는 논문에서 미국 법정과 국제 분쟁처리기구 사이의 대화와 상호영향은 필요하지만 분쟁을 심판하는 미국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국제 분쟁처리기구에 양도하는 것은 "명백히 위헌(plainly unconstitutional)"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국제 분쟁처리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미국의 법관들은 여유가 있었다. 아직 미국 정부가 나프타 중재 법정에 본격적으로 회부되기 전이었던 것이다.


  
  로웬, 메타넥스, 몬데브 사건
 
  1998년 7월 로웬 그룹(Loewen Group)이라는 캐나다 회사가 미국 미시시피 주의 배심원 평결(verdict)과 법원의 항소보증금 규정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나프타 중재법정에 회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배심원 평결의 내용은 이 회사가 미국의 한 소규모 장례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약탈적이었고, 경쟁을 저지했고, 사기적 행위를 했으므로 5억 달러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시시피 주 법원의 항소보증금 규정에 의하면, 이 회사가 평결에 대해 항소를 하려면 1억2000만 달러의 보증금을 법원에 납부해야 했다. 결국 로웬 사는 미국의 배심원 평결이 차별적이고 법원의 항소보증금 규정이 투자자의 자산에 대한 수용에 해당한다면서 미국 정부를 나프타 중재법정에 회부했다. 이것은 바로 나프타의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따른 것이었다. 로웬이 미국 정부에 요구한 보상금액은 모두 7억2500만 달러였다.
 
  미국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이듬해에 연거푸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메탄올 생산 회사로 캐나다 기업인 메타넥스(Methanex Corp)는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데이비스 주지사가 자사 제품인 'MTBE'에 대해 '발암성 휘발유 첨가제이며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불법화하자, 이에 맞서 미국 정부를 나프타 중재법정에 회부했다. 메타넥스는 지하수 오염은 어디까지나 휘발유 저장시설의 결함 때문에 생긴 것으로, 주 정부의 판단은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메타넥스가 요구한 보상액은 무려 9억7000만 달러였다. 이에 비추어 보자면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2000년에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미국 헌법이 주에 부여한 공공정책 권한'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같은 해에 캐나다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몬데브(Mondev International)는 보스턴 시와 보스턴 재개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 재판에서 패소하자 이 판결에 도전하여 미국 정부를 나프타 법정에 회부했다.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은 보스턴 재개발공사의 계약 불이행이 있었지만 이 공사가 정부기관이어서 면책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이에 맞서 몬데브 사는 그같은 판결은 나프타의 투자자 보호 조항 위반이라면서 5000만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를 중재에 회부했던 것이다.
 


  미국 대법관들의 당황
 
  이처럼 미국의 공공정책과 미국 사법부의 판결이 나프타 중재 회부 대상임이 명백해지자 가장 놀란 사람들은 주의 대법관(chief justice)들이었다. 이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워런(Waren) 교수가 <주 의회(State Legislatures)>지 2004년 7/8월호에서 지적한 사실이다. 1994년 나프타가 체결될 때 미국 사법부의 판결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나프타 법정에 회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법관은 없었다. 매사추세츠 주의 마셜(Marshall) 대법원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2004년 4월 18일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 만찬파티장에 있었는데, 우리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프타 중재에 회부된다는 말을 듣고서 그저 놀랐다고만 한다면 많이 절제된 표현이겠지요."
 
  결국 미국의 주 대법원장 회의(The Conference of Chief Justices; CCJ)는 2004년 7월 29일 결의안 26호(Resolution 26)를 채택했다. 대법관들은 미국의 사법제도가 잘 발달했고, 현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mature, modern, fair and transparent)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나프타의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미국 시민과 기업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판결에 대한 도전'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CJ는 연방 정부에 대해 주의 사법주권을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상규정을 만들 것을 요구하였다.
 
  이미 미국의 주 검찰총장 회의(The National Association of Attorneys General; NAAG)는 2002년 3월 19일 주 정부의 주권을 옹호하는 결의안(Resolution: In Support of State Sovereignty and Regulatory Authority)을 채택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시민의 복지와 환경을 보호하는 주 정부의 권한에 대해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그 어떠한 통상협정도 미국의 시민에게 부여된 권리보다 더 많은 권리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달라진 FTA
 
  결국 미국은 2005년 7월에 비준한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서는 나프타와는 달리 '수용과 같은 조치(tantamount to expropriation)'에 대한 보상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 그리고 공중의 보건과 안전,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조치는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에 해당하지 않아 보상이 필요 없다는 명시적 해석 규정(부속서 10-C)를 따로 두었다.
 
  해외투자에서 버는 이익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마저 해외의 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유지하는 대신 국내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이는 미국이 여태껏 나프타 법정에서 패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앞에서 거론된 메타넥스 사건에서 패소한다면 미국은 이 제도의 근본적 변경을 심각히 고려할 것이다. 만일 미국이 패소하는 날이 온다면, 미국인들은 아마도 그제서야 "미국이 해외투자를 장려하겠다는 목적으로 미국의 사법주권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에체베리아(Echeverria) 교수의 충고(<리걸 타임스> 2004년 3월 8일자)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대법관과 사법주권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면 되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한미 FTA 1차 협상에서 곧바로 한미 FTA 8장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두기로 합의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그 골격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초안 전부를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제도의 골격을 알려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정부는 연거푸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1995년에 미국 변호사협회의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라모(Ramo) 변호사는 2005년 7월 5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오코너 대법관이 1981년에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되던 때를 회상만 해도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도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감격스러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많이 갖게 되기를 필자는 소망한다. 그러기에 투자자-국가 소송제 앞에서 한국의 사법주권과 헌법질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정부와 협의해 나가는 사법부를 기대하는 일이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기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