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반댈세! 한미FTA, 한EU FTA/한미 FTA, 한EU FTA 소식 및 문제점

[스크랩] 한미FTA는 월드컵이 아닙니다

baejjaera 2006. 6. 7. 12:32

지난 6월 4일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방영의 여파로 한미FTA에 대한 이미지가 험악해졌다. ‘명’은 환상이었고 12년 동안 주욱~ ‘암’ 뿐이었다.

상위 10%의 소득은 몇 배로 늘었지만 나머지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60%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80%까지 떨어졌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건, 일개 다국적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분쟁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거다. 한 국가의 주권이 일개 기업의 이윤에 비참하게 무릎을 꿇는 현실.

놀라운 건 협상 진행방식이나 정부의 선전방식, 미국의 요구사항 모두 한미FTA와 너무 똑같거나 업그레이드 됐다는 거다. 상위 10%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만 논의에 참여하는 귀족제적 비밀주의!

이 구겨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제 2의 삼성 사보 ‘중앙일보’는 ‘그건 오해’라며, ‘개방한다고 무조건 미국에게 먹히는 건 아니라고, 한국은 멕시코보다 세다고, 해볼만 하다’고 얼른다. 조선일보가 한미동맹만이 살길이라며 ‘노골적’인 근거를 댄다면, 중앙일보는 시장경쟁만이 살길이라는 ‘교묘한’ 논리를 편다. 꼴수 친미주의는 제켜두자. 문제는 이 ‘경쟁 이미지’인데, 야구월드컵을 기화로, 축구월드법 바람을 틈타, 애꿎은 스포츠에 빗댄다. 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야구월드컵 때 미국을 이긴 것처럼 미국과의 시장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식이다. ‘그렇게 자신없습니까?’라고 들이대면, 참, 머쓱해진다. 아무린 센 미국도 악으로 깡으로, 한민족의 승부근성만 발휘하면 해볼만 하다고 말할 때는 꼭 북한의 주체사상 같다. ‘그깟 미국놈들 미사일, 일 없슴네다. 조선민족의 대동단결된 깡으로 마셔버리면 그만임다’ 뭐가 다른가?

모든 건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이 근거없는 낙관론의 사상적 근거는 명백히 주체사상이다.

그러다가 이번 KBS 스페셜처럼 미국의 살기어린 포스가 느껴지면 비장한 ‘운명론’(대세론)으로 획까닥 바뀐다. ‘피할 수 없다. 월드컵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자유무역은 세계적 대세다. 이기고 지는 건 하늘에 맡기자.’ 근거없는 조증과 근거있는 울증을 왔다리 갔다리 한다. 국민들을 조울증에 빠뜨려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들자는 거다.

속지 말자. 한미FTA는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에서 졌다고 생존까지 위태로워지냐?

애초에 비유 자체가 틀렸다. 일전에 ‘중앙일보’ 칼럼에서 한미FTA를 ‘바둑’에 빗댄 걸 봤다. 말인 즉, 중국의 여기사 마오자쥔의 한국 진출에 대해 처음엔 겁이 나서 꺼렸지만 막상 받아놓고 보니 국내 여기사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좋더라며, 한미FTA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가? 아니다. 자유무역 협정은 외국 기사를 국내 바둑계에 불러들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협상 초안 중 하나만 보자.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자동차세를 폐지하라” 뭔지 모르지만 일단 무슨 ‘법'을 폐지하란다. 그렇다. 미국은 우리 나라의 시장 ‘규칙’을 바꾸라는 거다. 다 이렇 식이다. ‘지하철 공채 매입의무를 폐지하라’ ‘관세환급제도를 폐지하라’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제도를 폐지하라’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제도를 폐지하라’

그러니까 굳이 바둑에 비유하자면, 자기는 ‘오목’을 잘 하니까 한국의 ‘바둑’을 없애고 ‘오목’으로 붙자. 혹은 자기네는 체스에 강하니까 ‘장기’를 없애고 체스로 붙자, 제네는 포카를 잘 하니까 국내 ‘고스톱’ 판을 없애고 포카로 붙자. 아니, 고스톱을 치더라도 자기네는 ‘광’을 좋아 하니까 ‘광값’을 올리든지 ‘비광’을 3점으로 바꾸든지, 왜 똥피를 쌍피로 하냐 그냥 일피로 해라, ‘따닥’ 가산점 제도를 철폐하라....대강 이런 식이다.

한미 FTA가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몰락시킨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도 그렇다. 케케묵은 ‘파이 키워 나눠 먹기’ 비유는 그만 하자. 하긴, 이거 정말 고전적이지만 솔직히 순진한 사람들 ‘한번에 훅 간다.’ 굳이 파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한미FTA는 ‘나눠 먹기’ 규칙을 폐지하라는 것에 가깝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비유를 찾자면 차라리 ‘기차 게임’이 낫다. 세 칸 짜리 기차가 달리는 데, 일등칸(수용 승객 10%)과 이등칸(중간층), 삼등칸(빈곤층)을 쇠사슬로 연결할거냐 고무줄로 연결할 거냐, 아니면 줄줄 풀리다가 끊어지는 개줄로 연결할거냐 하는 ‘정책’이 각국마다 다른 거다.

지구상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 그래서 국민 중 15%가 의료보험이 없어서 병들어 죽는 나라, 영아사망률과 평균수명이 후진국 수준인 최대 의료비 지출국 미국의 룰은 이 중 개줄 연결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고무줄스러워지는 한국의 기차게임을 아예 개줄로 바꾸라는 게 FTA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댄다드’이다. 일등칸은 열라 빨리 갈거다. 근데 뒤따라 오리라 믿었던 이등칸과 삼등칸은, 얼씨구, 어느새 저 뒤로 쳐지더니, 어라? 줄까지 끊어졌네? 게다가 삼등칸은 탈선해서 논두렁에 쳐박혀 버렸군. 일등칸이라도 빨리 갔다가 챙기러 돌아온다던 약속(선상장 후분배)은? 에이, 쇼핑 가야 돼. 그냥 걸어와도 되잖아? 건강에도 좋구....

한미FTA가 국가경쟁력을 높여 우리를 잘 살게 해줄 거라고 막연하게 믿는 분들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자신 있습니까? 자신이 지금 일등칸에 타고 있다고 믿습니까?


출처 : 경제방
글쓴이 : 쿠카라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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