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6일 (화) 18:49 경향신문
韓·美 FTA를 바라보는 3가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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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분야 종속심화 우려-
정부는 ‘FTA=개방’이며 ‘개방=경제성장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FTA가 체결될 경우 4년 이후 미국의 대한수출이 54%, 한국의 대미수출이 21% 증가하며 수출산업에 큰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은 상당 부분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방의 불가피성을 부인하는 이도 드물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몇몇 대세에 지장 없는 부문을 제외하고 한국의 자본시장은 사실 완전히 개방됐으며 상품시장 역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공공질서 유지에 해가 되는 상품을 제외하면 수출입이 불가능한 상품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개방되지 않은 농업 부문과 일부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개방은 경제논리 이외의 변수가 개재돼 있어 좀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의 정준호 연구원도 “서비스 시장의 경우도 시장접근이란 측면에서 개방은 어느 정도 완료됐다”면서 “세계 최대의 서비스 경쟁력을 갖는 미국과의 FTA를 통한 극약처방식 충격으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낙관의 논거가 충분한지 신중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양희 연구원은 “FTA의 궁극적 목표가 경제 선진화라면 1997년 이후 한국은 자의반 타의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며 양극화 심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면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영화·쇠고기 등 미리 양보-
정부는 내년 봄까지 협상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판가름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는 “한국이든, 싱가포르든, 호주든 미국과 체결하는 FTA는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상대국에 농산물 시장, 금융서비스, 의료, 문화, 정보통신 인프라 등에 대한 포괄적인 시장접근을 요구하지만 자국에 민감한 산업부문은 관련 원산지 규정 등에 의해 선별적인 시장접근 일정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우월한 입장에 있다는 말이다.
이해영 교수도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약값 인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등 4대 현안에 대해 이미 현 정부가 양보해 협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말했다.
중·일을 제쳐놓고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는 것이 동북아 평화와 협력이란 외교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한·중 FTA가 체결되면 27.75%의 산업생산효과가 예상되는 데 반해 한·미 FTA의 효과는 오히려 -27.37%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한·미 FTA는 동아시아에서의 협력보다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아시아 차원의 지역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FTA 모델에 맞서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국 협상진이 미국의 전략적 구상을 뒤엎고 동북아 균형자 역할이나 남북한 화해협력 진전에 알맞은 만큼의 안보강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화 부작용 ‘격차’더 커져
정부는 한·미 FTA가 사회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취약한 논리로 지적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한·미 FTA가 사회 양극화 해소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 개방할 지식기반 서비스 시장의 경우 한·미간 격차가 워낙 심해 한국의 개방업종은 미국에 위계적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고 설사 서비스 산업이 선진화되더라도 서비스 산업 일부 분야가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낼지도 의문스럽다는 이유다.
FTA 협상이 엎질러진 물이라면 사회복지정책의 정비를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남주 교수는 “국내적으로 개방은 복지정책 정비 및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복지, 민주주의, 지역협력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방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협상을 일단 오래 끌고 볼 일”이라며 사태의 긴박함을 호소했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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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건강세상 평등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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