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는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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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질병 정보가 보험회사에 넘어간다"
[긴급 기고] 보험업법 개정안, 막아야 한다
2008-11-11 오전 7:55:57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의 행보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제 정책을 포함한 새로운 방향이 무엇일까, 이런 데 많은 사람이 갖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 같은 주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언론에서 기사를 찾아서 읽곤 한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한국의 상황이 겹치면서 큰 걱정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 11월 3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미국 대선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를 보험업계가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 민영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걸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시민 개인의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가 확인하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서, 대다수 국민은 이런 법 개정이 추진되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
사실 보험업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 의료 이용 정보를 탐낸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보험업계는 오래전부터 질병 보험, 상해 보험 등 제3보험업을 향후 보험업계 성장을 위한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보험은 위험률을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험 가입 단계의 심사 과정 강화가 불가피하다.
보험업계는 이런 사정 탓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를 활용하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하자면, 보험업계는 전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를 손에 넣어 보험 가입 심사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위험률이 높은 자', 그러니까 중증질환에 걸렸거나 의료 이용이 많을 것 같은 자를 보험가입 단계에서부터 배제하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런 오랜 숙원을 이루고자 정권을 가릴 것 없이 계속해서 움직여 왔다. 지난 1월 9일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 국민 개인 정보를 민간 보험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보험업법 개정안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입장에서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그들의 입자이 얼마나 잘 반영돼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사정을 알면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이런 법은 어디도 없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전 국민 개인 정보 확인의 명분으로 '보험 사기 조사'를 내세웠다. 보험 사기로 보험 지출이 커지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도 올라가기 때문이란다.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막고자 보험 사기를 예방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그러나 이와 같은 명분(보험 사기 예방)과 대책(개인 질병 정보의 확인)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사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보험 사기'가 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나라는 이와 같은 보험 사기를 예방하거나 적발하려고 노력한다. 보험사기는 기본적으로 범죄라는 점에서 당연히 이와 같은 노력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보험업계가 애써 눈감으려는 사실이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보험 사기를 조사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국민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도록 허락하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전 세계 민간 보험회사들은 보험 사기를 조사하기 위한 별도의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더구나 우리나라 역시 경찰,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이미 허락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보험업계가 특정인에 대해 보험 사기 혐의를 가지고 경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보험 사기를 조사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도 이미 이와 같은 보험 사기 조사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경찰, 검찰에게 수사를 의뢰할 만큼 혐의가 충분하지 않아도 금융위원회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에 권한을 달라는 요구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자가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개인 정보 확인을 남용할 것이다.
웬만한 환자 정보는 다 보험업계 손에 넘어가
보험업법 개정안은 "단순 사실만 확인하겠다"고 말한다. 최소한의 정보를 놓고 가부만을 확인하겠다는 것.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11월 3일 발표한 보도 자료의 5쪽을 보면 그 뒤편에 감춰진 이야기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세부 자료 요청 대상자"를 별도로 선정하겠다는 내용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
혐의가 낮은 보험 가입자는 가부만을 확인하겠지만, 혐의가 높은 보험 가입자를 놓고는 '세부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보도 자료는 이런 대상자의 기준도 예시하고 있다. 그 내용 중에는 "최근 3년간 총 입원일수가 180일 이상이며, 보험금 청구 금액이 5000만 원 이상인 자"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암 환자, 심혈관질환자, 뇌혈관질환자는 '세부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는 자에 해당된다. 즉 웬만한 중증질환자는 보험업계가 세부 자료를 요청해 파악해 두겠다는 뜻이다. 중증질환자는 보험 사기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검증 안 된 논리를 법에 그대로 관철하려는 것이다.
'보험 사기 혐의 점수'라는 것도 있다. 이런 '보험 사기 혐의 점수'는 단지 '혐의'이기 때문에 설혹 이 점수가 만점이 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보험 사기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보험 사기자의 혐의 점수 평균보다도 낮은 점수의 사람들까지 세부 자료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최대한 그 범위를 넓혀서 국민의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려는 속셈을 명확히 한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안 = 보험업계 이윤 보장법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이밖에 △보험 상품 유형, 출시 절차 등의 규제를 완화 △파생상품, 부동산 자산 운용 규제 완화 △보험회사 지급 결제 업무 허용 △보험 판매 전문 회사 설립 허용 등 보험업계가 그동안 요구했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보험업계, 소원 풀겠네"라는 제목을 달아 꼬집기도 했다.
보험업계에게 불리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치는 거의 없다. 보험 상품 허위 과장 광고 금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결국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계에 관대하게, 가입자에게 엄격하게', 이런 시각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험업법이 보험 가입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보험업계의 자유로운 영리 활동을 보장하는 법이라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보험업법 안에 '인권'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미국 금융 위기로 전 세계가 보험업을 포함한 금융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안, 시민이 막자
우리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금융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며, 민간 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려면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같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분류해두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부터 여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다음의 아고라에서 서명(☞바로 가기)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모두 함께 참여하자.
그리고 금융위원회에 자신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보내자.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 국민의 의사를 분명히 보여주자(금융위원회 팩스 번호 : 02-2156-9829).
이렇게 우리 국민의 힘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막아내자.
김창보/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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