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어떤 병인가?
광우병, "동물성 사료가 주 원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임박함에 따라 광우병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일반인이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정부와 전문가 및 시민단체 간의 공방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상식과 관련 전문용어들을 알아둬야 한다.
광우병(공식명칭:BSEㆍ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 처음 발생한 것은 1986년 영국에서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침을 흘리고 비틀거리는 등 증상을 보이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작은 구멍이 생겨 이내 죽는다. 뇌가 스펀지처럼 되기 때문에 ‘소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이라고도 한다. 발병하면 2주에서 6개월 사이에 죽게 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현재로서는 치료방법이 전혀 없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prion)이 변질된 ‘변형 프리온(prion)’으로 밝혀졌다. 프리온은 정상적인 단백질이지만 변형된 프리온은 동물이나 인간의 뇌 속에서 축적되면 세포를 파괴하고 조직에 스펀지 구멍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변형 프리온은 단백질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전염성을 가지고 스스로 복제를 하며, 종(種)간의 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상 프리온은 건강한 소의 체내에도 있지만 변형 프리온이 소 체내에 들어가면 정상 형태의 것이 이상형으로 변해서 광우병이 발병한다. 특히 변형 프리온은 일반적인 소독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으며, 압력솥에다 끓여도 살아 남아 조리과정에서 이를 없애기도 불가능하다.
이 변형 프리온이 소에게는 광우병(BSE)을, 양에게는 스크래피라는 질병을, 인간에겐 변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을 일으키는 것이다. 프리온 질환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 광우병은 소만 걸리며, 사람은 광우병 쇠고기만 먹지 않으면 괜찮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전염성 해면양뇌증이라 불리는 광우병은 소와 인간뿐만 아니라 염소, 양, 사슴, 영양, 고양이, 치타, 호랑이, 생쥐, 다람쥐, 원숭이, 밍크 등 많은 동물들이 걸린다. 심지어 돼지, 닭, 타조에서도 광우병이 확인되었으며, 물고기도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쇠고기와 함께 인간이 즐겨 먹는 돼지에서도 실험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먹인 '동물성 사료'가 주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때문에 광우병은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사료를 먹여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가로 생긴 ‘동물의 복수’라고도 한다.
따라서 광우병에 걸린 동물의 뼈나 고기를 갈아서 만든 육골분(肉骨扮) 사료를 먹이는 경우에 광우병에 주로 걸린다. 육골분(肉骨扮)이란 동물의 뼈나 고기, 내장 등의 부산물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을 말한다.
특히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되새김질 동물(반추동물)’의 고기와 뼈 등이 들어있는 동물성 사료는 소뿐만 아니라 모든 가축에게 투여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되새김 동물이란 같은 뜻을 가진 한자를 써 ‘반추동물(反芻動物, ruminants)’이라고도 하며 소과, 사슴과, 산양, 면양, 기린과, 낙타과의 초식동물을 말한다.
또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은 주로 소의 뇌, 척수, 비장(지라), 골수, 내장 등에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은 더욱 먹어서는 안된다.
이처럼 광우병은 주로 입으로부터 감염된다. 또 식품뿐 아니라 수혈과 장기이식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수혈을 통해 인간광우병이 감염된 사례가 최근까지 3건(2007년 현재 80여건) 이 발견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한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인간광우병(vCJD), "21세기 가장 위험한 전염병, 어린이 특히 주의"
인간도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경우 ‘인간광우병’(공식명칭: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 vCJD)이 발병할 수 있다.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뇌의 단백질 이상으로 신경세포가 파괴돼, 스펀지처럼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저앉는 등 치매 증상을 보이다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vCJD도 사람이 BSE에 감염된 소를 먹을 경우 병원체인 ‘변형 프리온(Prion)’ 단백질이 인체에 들어와 감염ㆍ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가 긴 데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 조직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진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따라서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혈액 검사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 인간광우병 진단은 사후 부검에 의한 조직 검사로만 가능하다.
이처럼 광우병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도 인간광우병을 유발하지만 현재까지 치료약이 전혀 개발되지 못했다. 인간광우병은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100%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광우병이 21세기에 가장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간광우병도 1995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2006년 6월 30일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간광우병 사망자만 하더라도 183명이나 된다.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200명 안팎이지만, 광우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14,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광우병은 잠복기가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30~50년)에 이르기 때문에 한 세대 뒤에 ‘광우병 공포’가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향후에 광우병이 문제가 될 경우 현재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일생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vCJD 환자는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등에서 발견됐으며 이중 영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vCJD)의 발생이 보고된 적은 없지만, 2001년 국내에서도 2건의 인간광우병 의심 사례가 발견됐으나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못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2007년 2월 인간광우병 의심환자가 추가됨으로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은 모두 3건이다.)
그러나 이웃한 일본에서도 광우병이 발생되었고 세계적으로 영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결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대자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영국의 인간광우병 사례[事例]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한 영국 소녀 조안나의 어머니 재닛 깁스가 광우병의 위험성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조안나는 명랑하고 활달한 아이였어요. 악단에서 활동하고 경비행기, 말 타기, 조정을 즐기는 매우 활달한 아이였지요. 그런데 13살 되던 해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어요. 시무룩하고 생기가 없고 노 젖는 것도 서툴렀어요. 사춘기 증세인가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학교 수학시간에 컴퍼스로 자기 손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옆에 있던 친구가 보니 조안나의 표정이 끔찍했대요. 집에서 칼이나 컵으로 가족들을 위협하기도 했구요.
그 다음엔 걷는 것도 이상해지고 말도 어눌했어요. '엄마 내 다리가 웃겨'라고 하더니 휠체어가 필요한 상황이 됐죠. 무도병이 왔어요. 다리가 멋대로 춤을 추는 증세죠. 저는 운전을 할 때 조안나가 제발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어요. 자리를 박차고, 차문 밖으로 나가고 그랬거든요. 정신 이상도 깊어졌어요.
집안에서도 저를 줄곧 따라다니고 인형을 늘 가지고 다녔어요. 어린아이로 퇴행하는 거였죠. 또 밤이면 공포에 떨며 소리를 치는데 제가 달려가면 저를 마치 괴물 보듯 밀쳐냈어요. 이 때까지만 해도 왜 이런 증상이 나오는지 진단이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 조안나는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게 되었고 요실금 증상, 음식을 삼키지 못해 위장을 뚫어 튜브로 음식물을 넣어줘야 했지요. 결국 침도 삼킬 수 없는 지경이 되더니 인공호흡기로 생활했고 2003년 1월 1일 사망했어요. 15살 나이였죠. 할 수 있는 치료는 없었어요. 기도를 하거나 시골길 드라이브, 마사지, 수 치료 정도.
조안나의 가장 친한 친구 3명은 딸아이가 죽은 뒤 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충격 때문이었죠. 조안나를 한번 만나러 오기까지 그 아이들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광우병이 얼마나 파괴적인 병인지 알아야 해요.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오마이뉴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광우병 살코기] 수입 재개한 노무현 정부의 주장
[과학자들]-"살코기에도 광우병 물질 있다" VS [정부]-"살코기는 안전하다" 고집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관련해서 정부와 세계적 과학자 및 시민단체들 사이에 가장 대립되고 확연한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살코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라도 살코기만은 안전하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은 ‘살코기에도 광우병 병원체가 존재한다.’는 세계적인 광우병 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실 ‘광우병 전달 물질이 살코기에 없다.’는 전제마저도 과학적 검증이 안 된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의학 잡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는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린 환자의 근육에서 광우병 유발 단백질로 의심을 받고 있는 프리온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실린 적이 있다. 이것은 소의 살코기에서도 프리온이 검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위스의 과학자 아드리아노 아구치(Adriano Aguzzi)는 지난 2003년 에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에 걸린 사람 32명 중 8명의 근육에서 위험한 프리온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최초로 발견된 지난 2003년 12월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소의 살코기 안전성을 자신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WSJ는 “그동안 광우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은 가축의 뇌조직, 척수, 내장 등에만 축적되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최근 소의 근육에 프리온 단백질이 축적돼 검출된 사실이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실을 최초로 주장한 스탠리 프루시너 박사는 1997년 광우병과 관계된 프리온 단백질 연구로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프루시너 박사는 살코기를 통해 프리온이 전파될 수 있으며, 저농도의 프리온이 상당량 축적됨으로써 광우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쥐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또한 일본 정부도 2006년 1월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한 공식 문서에서 “골격근(살코기)에도 광우병 프리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공식 문서에서 “일본의 경우, 살아있는 상태에서 광우병의 임상증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몇몇 말초신경 조직으로부터 검출된 사례가 2건이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정부는 “광우병 감염 소의 근육(살코기)을 접종한 10마리의 쥐 중에서 1마리에서 광우병 병원체의 축적이 확인되었다고 하는 보고(Buschmann, A & Groschup(2005),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192,934-942)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케케묵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내의 광우병 부검시설과 진단기술이 미약하여 일본으로 관련 공무원을 파견하여 기술전수를 받고 있는 것이 현재 객관적인 한국의 광우병 연구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공식 입장을 부정할 만한 과학적 연구와 성과를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런가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스크립스 연구소’는 2006년 7월 7일자 사이언스(Science)에 “쥐 실험을 통해서 프리온이 원인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심장병을 규명했으며, 변형 프리온이 혈액순환을 통해서 심장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변형 프리온이 혈액을 타고 신체 내부를 돌면서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처럼 치명적인 뇌 손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런 스크립스 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혈액이 분포하는 한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언스>는 같은 호에서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혈액 검사를 통해 변형 프리온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사실도 공개했다. 이것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원인 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잠복기에도 혈액 속에 분포한다는 또 다른 증거다.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도 6월 15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유럽에서는 쇠고기 살코기를 먹인 고양이가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며 “이미 과학계에서는 살코기에도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이 섞여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최근 연구 동향을 설명했다.
정부가 한미FTA 성사를 위해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살코기도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의 근거가 된 농림부 산하 방역기술협회 전문가들조차 미국산 소의 살코기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한 쇠고기를 국민에게 먹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쯤되면 노무현 정부가 신봉하는 ‘국제 기준과 과학’은 사이비 종교에 가까운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살코기에도 광우병 감염 물질이 들어있다는 ‘과학적 연구 성과’들은 노무현 정부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이비 종교 과학’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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