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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태인-장하준 대담 ③] 고용이 안정되어야 기술도 발전한다

baejjaera 2007. 9. 3. 14:14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태인과 장하준은 참여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물론 둘다 비판적이다. 한때 '노무현의 책사'로까지 불렸던 정태인은 이젠 노 대통령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장하준은 좀더 자유로웠다. 비판의 각도와 분석은 달랐지만, 내용은 오히려 보수언론보다 수위가 높았다.

장하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진보성'을 내세우며 100년전 일제와 협력한 친일파의 죄를 물어 재산환수까지 벌이고 있다"면서 "그런 '정의로운' 정부가 지금 시장논리만을 내세우며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더 양보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벌·조중동·미 초국적기업들은 한미FTA가 소원"

장하준의 이같은 기조는 이날 대담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정부는 기본적으로 다수를 위해 일하기 때문에 시장에 개입하라는 겁니다. 왜냐면 시장은 1주1표이고 민주주의는 1인1표니까…. 가난한 사람이 시장에서는 부자의 1억분의 1힘 밖에 없지만 투표장에는 똑같은 힘이 있는 거란 말이죠. 그런 사람 돌봐주라고 민주주의 만든 건데,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과거 독재정권이 개입주의였기때문에, 무차별적으로 개방하고 정부개입 무조건 안 하고 이러는 게 민주주의 같은 인상이 심어져 있어요.

마치 그것이 진보적인 것처럼 인상이 심어지면서 참여정부 집권 후반에 가서는 완전히 두 개가 융합이 돼 버린거죠. 처음에는 정태인 선배도 계시고 그래서 재경부 등과 긴장 관계가 어느 정도 유지됐는데, 그걸(시장개방) 막는 브레이크가 없어지니까, 그냥 그런 식으로 조합해버리면 못할 것 없거든요."


정태인도 목소리를 높였다. 80년대 국가동원체제를 지나 시장이데올로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은 94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라고 규정했다. 그때 자본시장 개방한후에 97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국민의정부때 위기 극복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사회안전망을 결합했다고 평가했다.

정태인 이야기다.

"참여정부 초기 2년 동안은 양쪽으로 다 가지고 있었어요. 사회적 대타협과 시장에 맡기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해오다가, 2005년 여름 지나가면서 이정우 위원장이 (청와대를) 나오면서 개혁파는 없었거든요. 그 다음에 나온 게 대연정 논리였고, 바로 한미FTA 나왔거든요. 급속하게 시장 만능론으로 간거죠.

김영삼이 시장만능론을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정책화했다면, 김대중시대에 그것이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상당히 제도화되면서 실현됐고, 한미 FTA는 그걸 완성하는 겁니다. 제도화하는 것이고 반영구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한미 FTA 확실하게 반대하는 정권과 국민들이 그걸 지지해서 한미FTA를 폐기하지 않는 한, 계속 시장화·민영화·규제완화 쪽으로 갈겁니다. 정책기조인데, 이것이 50, 100년 그 기조로만 가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결국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재벌과 재경부·조중동의 보수언론,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 입장에선 한미FTA가 소원"이라고 말했다.

 

 


"양극화는 필연적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화두인 양극화와 고용불안에 대한 분석과 해법도 분명했다. 이들은 양극화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고,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전반에 걸친 시장만능주의와 개방에 따라 어쩔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달랐다. 다시 정태인의 말이다.

"양극화는 옛날보다 심해요, 실제로 85~95년까지는 산업의 연관성도 크고, 임금격차나 소득격차가 줄어들어요. 수출도 잘 됐지만 내수가 잘 된 시기였거든요. 세계화 개방화하면서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됩니다.

글로벌 아웃소싱하고 '세계경영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외국으로 공장 이전시킨다거나 외국공장에 맞춰 하청 도급단가 낮춰버려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양극화는 필연적인 것 아니에요. 정책에 의해서 충분히 줄여나가고 국내 연관 산업을 강화시키는 정책을 통해서 극복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장기투자이고, 사람에 대한 투자예요."


이어진 장하준의 설명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세계적인 통신기업으로 성장한 핀란드 노키아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비판을 가감없이 전했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게 장기투자는 안하는 체제예요.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움직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워도 다 빠져나가는 거거든요. 역설적으로 주주가 명목적으로 주인인데 주인의식이 제일 약합니다. 제일 빠져나가기 쉽거든요. 외국에서 우리나라 제벌 체제 싫어하는 것도 자꾸 신사업에 진출하다고 기존 산업 이익을 당장 이익 안 나는 기업에 꼴아박으니 미운 거란 말이죠.

이걸 놓고 배임이다 공격하는데,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노키아라는 기업을 봐요. 이 회사도 사업이 문어발식 경영이었어요. 벌목·고무 장갑·전선 피복사업 하다가 1960년에 전자산업에 진출했는데 그 부서가 17년만에 흑자를 냈습니다. 그 때 핀란드 주식시장이 꽁꽁 닫혀있으니까 가능했던 거지, 지금 어느 기업이 17년 적자 낼테니 밀어달라고 누가하겠어요.

현재는 구조조적으로 단기주의로 가게 돼있거든요. 그나마 성장을 하더라도 그 과실은 다 위쪽에서 가져가고, 일반 국민들은 혜택을 볼수있는 체제가 아니란 거죠."


▲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진보진영 뭘 했냐고? 이제 하겠다"

그럼 어떻게 가야할까. 한 마디로 한국사회 또는 경제적으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보수화와 자유시장주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두고 진보진영의 무능함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무얼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선 정태인도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진보진영 스스로 아주 작은 문제에 파고들었거나 너무 큰 추상적인 이야기를 했던지, 그 중간이 비워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진보진영이) 당장 정권을 잡았을 때, 정책꾸러미가 풍부하지 못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면서 "그런 것을 할 것이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시장만능·단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복지를 통한 성장을 내세운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다. 복지를 위한 접근 방법도 정태인과 장하준의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하다.

장하준의 말을 들어보자.

"고용안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을 기업 차원보다는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복지국가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용이 안정돼야 기술 발전이 있어요.

세계에서 노동자 1인당 산업 로보트 대수가 제일 많은 나라가 일본·스웨덴입니다. 왜 그러냐면 그 두 나라는 핵심 노동자들이 고용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신기술 도입 반대 안 하거든요. 자동화되면 일본은 다른 곳에 배치하고, 스웨덴은 잘리면 실업 수당에 재교육도 받아 다른 곳으로 가니까 그걸 목숨 결고 저항할 이유가 없어요.

역설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들이 신기술 도입을 제일 잘 합니다. 대신 미국은 복지국가가 잘 안돼 있어서 기업이 구조조정하면 갈등이 많아요. 옛날에는 회사가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노조 조합원을) 총으로 쏴죽였잖아요. 보호주의 압력도 어느 나라보다 강해요."


그는 복지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와 같은 복지국가 모델 속에서 고용안정과 기업의 생산성, 국부가 커지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다. 복지나 분배가 성장이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부터 없애라는 충고도 이어진다.

 

 



"스웨덴에서 못 배운다면서, 미국에선 어떻게 배우나"

"노조 조직률 80%, 조세부담 50%인 나라들이 무슨 국제 경영지수 같은 것을 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5등 안에 들어있거든요. 이것은 복지나 분배가 성장에 안 좋다는 고정 관념을 깨주는 겁니다. 복지를 잘 하면 성장에 좋다는 거죠."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사회적대타협도 나왔고, 소득재분배를 넘어선 자산재분배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세금도 늘어날수 밖에 없다.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한 국민 설득 작업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항상 거론되는 대안모델로 스웨덴식 복지모델이다. 논란도 많았다. 노조조직률이나 세금에 대한 인지도, 나라 크기 등을 두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론이었다.

장하준의 반론으로 이번 대담 기사를 정리하려고 한다.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지. 스웨덴은 뭐 조건이 좋아서 사회적 대타협을 한 것이 아니거든요. 1920년대에서 파업이 가장 심한 나라예요. 노사 협조 전통이 없어요. 자본가들도 굉장히 조세 저항이 심해서 영국이 1842년, 조세저항이 심하다는 미국이 1913년에 소득세 도입했는데, 스웨덴은 1932년에야 처음 시작했어요.

그 나라가 옛날부터 사이좋고 자본가들이 책임감 있고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자꾸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어려운 것만 보니까 그렇죠. 사람들이 스웨덴이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 인구 1000만도 안되는 나라에서 뭐 배울 수가 있느냐라고 하죠.

그러면 전 그 분들한테 그래요, 우리보다 다섯배나 큰 미국에게는 어떻게 배웁니까라고. 미국에서는 무조건 뭐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웨덴은 우리와 규모가 달라서 못 배운다고 해요. 5분의 1도 안되는 나라에서 못 배우면, 5배나 큰 나라에서도 못 배워야죠. 이게 안 하고 싶어하니까 안 된다고 하는 거지."

2007-08-30 12:11 ⓒ 2007 OhmyNews
출처 : 한미FTA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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