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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우리 운명 달린 한-미 FTA ‘위기’ 못보고 박수칠 때인가?

baejjaera 2007. 7. 2. 14:44

아래 기사는 한겨레(www.hani.co.kr)에서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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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운명 달린 한-미 FTA ‘위기’ 못보고 박수칠 때인가?
[특별기고] 이정우 / 경북대 교수 
2007-07-01  

                                                

 

 이정우 /경북대 교수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체결되어 이제 국회 비준동의만을 남기게 되었다.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체결에 이른 놀라운 속도다. ‘속도는 영혼을 망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잘 한다고 하는 일이 장래 큰 후회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농업과 제약업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익은 훨씬 불투명하다. 국민은 자동차, 섬유 좀 더 수출하고, 혹시 일자리 늘어날까 하여 박수치고 있으나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미국은 관세인하에는 동의했으나 반덤핑관세 등 강력한 통상보복무기는 내려놓지 않고 있다. 에프티에이는 사회경제적 구조조정을 수반하므로 사회안전망이 필수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이나 미국은 사실 에프티에이를 맺을 준비가 부족한 나라다. 지금 태평양에서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데, 방파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개방이냐 쇄국이냐의 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는 맥을 잘못 짚은 것이다. 개방은 대체로 옳으나 개방에도 속도와 범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정부도 잘 알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다른 나라와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성질이 다르다. 무역자유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국내의 제도, 정책, 법률까지 수정을 요구한다. 투자자-국가 제소권이라는 무서운 장치가 그 무기다. 지금 논의중인 한-유럽연합(EU) 협정에서는 이 무기가 아예 제외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라. 유감스럽게도 한-미 협정에선 투자자 제소권이 독사의 머리처럼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제소 건수가 몇 안 된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앞으로는 정책마다 미국 눈치를 보게 되는 소위 ‘위축효과’ 때문에 자꾸 미국식 모델로 가게 될 것이다.

 

 

미국은 통상협정으로 두 나라 경제의 심층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가 동의하고 협정을 맺는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틀을 미국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미국경제가 바람직한 모델인가? 전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미국경제는 양극화란 치명적 결점이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후 우리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양극화가 줄곧 심해진 나라다. 양극화는 미국식 경제체제에서 태생적으로 나온다. 미국보다 평등하면서 고성장을 거두는 나라들이 있는데, 왜 미국 모델에 우리의 운명을 거는가. 더구나 국가의 운명을 다른 나라와의 일개 통상조약을 통해서 결정해도 좋다고 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4년간 ‘성장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극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고 이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공공의 역할 강조 등이 그 성과다. 그런데,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지금까지 지켜왔던 철학을 돌연 포기하고 익숙한 성장주의, 시장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우선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는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좌선회하는 길이 맞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온갖 시장경제 실험 중 가장 우수하다고 판명난 것이 북구형 사민주의 모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이 가장 선망하는 사회가 북구형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당장 실현은 어렵겠지만 북극성을 쳐다보면서 길을 찾아가야 할텐데,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그 반대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상사회를 향한 우리의 꿈을 접고, 비인간적이고 양극화를 조장하는 미국 모델로 우리나라의 운명을 정하자는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이다. 지금 나라의 운명이 태평양 발 거대 해일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이제까지는 소수의 우국지사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시위를 해왔으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이제라도 나라의 위기를 국민이 직시하고,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부결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어깨에 달려 있다. ‘꿈은 사라지고’가 될지, ‘꿈이여 다시 한번’이 될지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