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안하무인격 발언을 쏟아내 빈축을 사고 있다.
|
|
|
|
|
△한덕수 국무총리.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
|
열린우리당 김재윤, 유승희, 민생정치모임 김태홍, 최재천, 정성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 '한미 FTA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25일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해 한 총리와 면담을 갖고 FTA 협정원문 공개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국회에 협상결과를 담은 영어로 작성된 협정원문을 컴퓨터 모니터로만 공개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 침해라며 비판을 가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협정문을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3급 기밀'로 규정하고 비공개 열람 절차를 까다롭게 설정했다. 또, 보좌관이나 입법 조사관 등이 협정문을 열람할 때 서약서를 써야하는 점 등은 국회가 언제든 국가 기밀을 유출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국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공정한 검증이라고 보기 힘들다. 열람실 공개문제, 협정문 전체 공개여부를 떠나서 정부가 국회의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증은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편파성을 띌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의원도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헌법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위기국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총리는 물러서지 않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초기적 단계의 열람이고, 5월 중순까지는 국문 영문 모든 부속자료들이 인터넷에 다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최대한 노력해 이런 조치를 내렸는데 '지금 하지 않는다'고 야단치니까 난감하다"며 "5월 중순까지 현재 공개방식을 변경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 총리는 이어 "행정독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정부로선 사실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렇다면 열람을 거부하시든지 열람하는 곳을 폐쇄하시든지 하라"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한 총리는 국회 일부 상임위에서 5월초부터 한미 FTA 청문회를 개최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청문회라는 공식적인 회의를 하려면 협정이 체결된 뒤에 하는 게 좋다"면서 "한글본 협정문도 나오지 않는 5월초에 청문회를 하는 것은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또 "청문회를 하니까 공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도 말해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김태홍 의원은 "스트레스 받을 때는 받아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오늘 총리하고 이야기해서 과실을 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여기에 왔다는 것, 사진찍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 의원 역시 "총리가 말을 가로막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한 총리와 시국회의 소속 의원들간 면담은 한 총리의 외부 오찬 약속으로 40여분 만에 끝났다.
|
최재천 의원 "극단적인 표현...총리가 해선 안되는 발언"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최재천 의원은 "절제된 분위기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서로간의 입장차만을 확인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췄다. 최 의원은 '열람을 거부하시든지 열람하는 곳을 폐쇄하시든지 하라'는 한 총리의 발언에 대해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총리가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다.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에 대한 답변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이어 "말싸움 하듯 그런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국민과 국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한 총리가 한미 FTA 청문회 개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 국민의 알권리는 물론 국회의 권한까지도 무시하는 것"이라며 "(시기가 문제라면)농해수위의 접근권은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참여정부가 FTA 협상결과를 국민들의 것이 아니라 관료들의 것이라고 보는 도덕적 인식 자체가 다른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건강한 정부라면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