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수공통질병 연구소'에서 지난 97년부터 10여년 째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 결합물질을 연구하고 있는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우희종 교수는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있을 수 없다"며 "위험은 상존한다"고 경고한다.
광우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나라 안의 소란 소는 모두 소각시키고 축산업이 궤멸했던 영국에서처럼, 일단 퍼지면 무섭게 전염되는 치명적인 위력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광우병이 발병한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였으니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한국에 수출하려면 작업장 라인 새로 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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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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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받아들인 미국의 도축 조건을 보면 SRM(뇌와 척수, 내장부위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출 고기를 절단하는 칼날을 고압 고온으로 세척하도록 해놓았지만, 이 조건으로는 절대 광우병 원인물질 제거가 불가능하죠."
단백질 물질인 프리온은 바이러스처럼 유전자도 없는 물질으로, 고온 고압에도 죽지 않는다. 우리의 수입 조건인 30개월령 이하의 고기와 30개월 이상의 고기를 절단할 때 같은 칼날을 사용하면 30개월령 이상에 존재할 수 있는 광우병 원인물질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고기에도 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고기를 처리하는 라인을 30개월령 이상과 분리해서 설치해야 합니다. 돈을 들여서라도 다시 깔고. 정말 수출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요."
쇠고기의 이력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미국에서 출생기록 대신 이빨을 보고 나이를 판정한다는 데 대해 우 교수는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동네에서 소 매매하시는 할아버지들이 쓰는 방법이죠. 이것을 가지고 국제 교역의 기준으로 삼다니 정말 우스운 일입니다."
이처럼 수입 조건도 허점 투성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소에 광우병이 발병하면 살코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
"소가 광우병에 걸리면 특정위험물질(SRM)에 프리온이 당연히 축적되고, 조직에도 어느정도 저농도로 분포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때문에 광우병 소의 식육을 평생 섭취한다면 인간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유럽의 광우병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죠."
유럽에서는 쇠고기 살코기를 먹인 고양이가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살코기에도 인간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이 섞여 있다는 것이 공인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우 교수는 덧붙였다.
"30개월 미만은 2년전 기준" 그는 "국민의 안전 보호를 위해서라면 이처럼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 대해 당연히 정부가 대처해야 한다"면서 위험의 실체를 바르게 알리기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급급한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신종 질병인 광우병은 아직 연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괜찮다, 안전하다'라고 함부로 국민을 안심시킬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해 바르게 알리고 준비하는 것이 정부로서 바람직한 태도라는 것이다. 당장 한입 먹는 것으로는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라 30개월령 미만의 소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옆나라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겠다고 했는데요. 30개월령 미만의 광우병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OIE가 30개월 미만으로 기준을 정한 것은 그때까지의 연구 결과로 발표한 것입니다. 그게 약 2년 전인데, 이후 30개월 미만에서도 광우병이 많이 발병했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광우병은 연구가 진행중이고, 이제 또 개정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모든 기준은 개정이 됩니다."
우 교수는 얼마전 유럽에서 열린 광우병 학회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광우병은 유럽이 가장 민감하다. 인간 광우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참상이 영국에서 벌어진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관심대상은 △수혈에 의한 광우병 전파 위험성, △소화기로 섭취된 프리온이 뇌까지 가서 병을 일으키는 경로 △매우 낮은 농도로 살코기에 존재하는 프리온을 검출하는 문제 등이라고 우 교수는 소개했다.
수혈 문제는 영국에서 실제 수혈로 인해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수년에서 수십년에 이르는 잠복기 도중에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인이 광우병에 걸린 것을 모르고 헌혈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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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
이처럼 아직 광우병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부의 요청을 받은 국내 학자들은 언론에 나와 무조건 "괜찮다, 안전하다"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만 급급했다.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때 어떻게 평가하고 확정하는가는 아주 신중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과학자들이 무슨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막 발표하는 것도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더구나 광우병은 아직 연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과학자 집단 내에서 함께 평가받고 인정되었을때 발표가 나가야지, 책임질 수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근거도 없이 안심시키거나 하는 것이 모두 '사이언티픽 테러리즘(Scientific Terrorism)'입니다. 과학적 테러라는 것이죠. 잘못된 정보에 의해 일반인들이 테러를 당하는 겁니다."
"한미FTA 때문에 식품안전 희생시킨 것" 우 교수는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통해 일본처럼 쇠고기 안전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국가공무원이 현재의 국제 기준에 의해 수입조건을 결정한 것 자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이고, 미국은 발생한 나라이기 때문에 수입 조건을 얼마든지 강화했어도 되었을 겁니다. 명백히 우리가 유리한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겁니다. 이것은 전체적인 FTA 흐름에서 자동차나 섬유 등의 시장을 얻기 위해 식품 안전문제는 희생시킨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 교수는 농림부나 관련 공무원들만을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외압'에 눌린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전문가들인 그들이 모를 리 없겠지요. 수의과학검역원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보면, 위험성은 다 알지만 정부 시책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입지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농림부만 비난하는 것은 가지만 건드리는 겁니다."
"경제 관료들은 국가 차원의 FTA 문제에서 쇠고기 수입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FTA나 경제 논리가 아닌 자국민 보호라는 논리에서 정부가 접근해야 합니다."
FTA는 '이 시대의 경제적 제국주의'라고 생각한다는 우 교수는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식탁의 안전문제는 FTA 협상 품목에서 제외했어야 한다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