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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칼럼] 괴물 ‘한-미 FTA’와 살길
2006-08-23
오후 09:03:45
살길이란다. 저 괴물처럼 우리를 덮쳐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로’란다. 비판론을 ‘외눈박이’로 비난한 청맹과니
청와대만이 아니다. 청와대, 경제 관료, 부자신문의 들뜬 영혼에 두루 ‘권위’를 지닌 삼성경제연구소도 그렇다. ‘창립 20돌 기념’으로 ‘한국
경제 20년 재조명’ 보고서를 냈다. 한국 경제가 너무 일찍 늙었다고 진단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자신문은 나팔을 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은 정부론’으로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과연 그 보도는 진실일까? 아니다. 보고서가 정부 개입 축소를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큰 정부’였던가? 큰 정부는커녕
작은 정부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두 손 올린 정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장 아닌 자본에 넘겼다. 그럼에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더
내놓으란다. 기실 노 정권은 더 줄 태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그것이다. 청와대가 자처한 ‘자주적 친미’란 우스개 그대로다. 자주적으로
친미에 허겁지겁 투항하는 꼴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사부자기 거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전제로 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개방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의지를 대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란다.
그럼에도 왜 그럴까. 시민운동 일각에선 노 정권이 협정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 솔솔 흘러나온다. 노 정권의 기세가 한때 주춤한 것도 사실이기에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노 정권에 착시현상을 지녔기에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명토박아 둔다. 노 정권이 설마 밀어붙이겠느냐는 ‘기대’는 근거 없는 예단이다. 무엇보다 저지투쟁의 대오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전망이다.
보라. 청와대는 결기를 다시 곧추세웠다. 오기마저 넘쳐난다. 더구나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을 빚으며 노 정권이 자주적이라는 착시가 더 굳어졌다. 앞뒤 못 가리는 친미 사대언론은 접어두자. 찬찬히 짚을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미 한-미 사이에 합의된 전시작통권 환수가 논쟁으로 불붙은 게 노 정권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여론을 작통권 공방으로 교묘하게 무마하려는 기만술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전시 작전통제권 넘겨주기에 적극적인 미국의 ‘여유’는 여러모로 성찰해 볼 대목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전시작통권 소동을 들먹이며 자유무역협정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언죽번죽 털어놓았다. 그래서일까. 협정 추진에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유린됐다는 지적에도 모르쇠다. 대안을 내놓으라고 되술래잡는다. 진보적 연구소가 곰비임비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도, 한사코 없단다. 공부에 게으르다는 개탄에 그칠 일이 아니다. 수천만 명의 삶이 걸린 국가적 의제 아닌가.
그래서다. 청와대와 삼성경제연구소에 묻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대체 누구의 살길이란 말인가. 안전한 사람은 괴물의 공격권 밖에 있는 소수다. 그렇다. 분명 그 협정은 권력·재벌·언론의 삼각동맹에겐 더 누리며 살 길이다. 삼각동맹의 부라퀴들이 슬쩍슬쩍 흘리는 부스러기로 배부른 이들에겐 지금처럼 누리며 살 길이다.
하지만 민중에겐 벅벅이 아니다. 이미 신자유주의를 좇는 ‘민주정부’가 휘두른 폭력에 농민, 노동자에 이어 임신부의 태아까지 생명을 빼앗겼다. 대안은 있다. 노동을 배제하고 민중을 죽이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창조적 노동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노동 주도 경제’는 뜻만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 괴물과 싸우는 길, 바로 그것이 살길이다.
손석춘 기획위원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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