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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전략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해설] 도하라운드의 좌초와 한미 FTA
2006-07-25 오후
12:22:36
24일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 중단 선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배경 여건도 적잖이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정부의 한미 FTA 협상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하라운드의 중단은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의 효력이 예정대로 내년 6월 말로 끝나고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
흔히 신속협상권한이라고도 불리는 무역촉진권한은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특별히 부여하고 있는
권한으로, 이 권한이 행정부에 부여돼 있는 동안에는 의회는 행정부의 대외 통상협상 결과에 대해 가부 결정만 내릴 수 있을 뿐 행정부에 그 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수 없다.
미국 의회는 그동안 대외 통상협상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스스로 제약하면서까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의 시한을 내년
6월 말 이후로 한 차례 더 연장해 달라는 행정부의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도 미 의회는 만일 도하라운드 협상이 올해 안에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다면 그 최종 타결을 앞당기기 위해서 무역촉진권한의 시한을 추가로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는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WTO의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 정부의 무역촉진권한에 설정된 시한을 고려하는 가운데
최근 며칠 간 전개한 사실상의 마지막 도하라운드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미국 의회가 부시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의 시한을 추가로 연장해줄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게 국제통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미국 쪽 상황은 역시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시한을 기준으로 역산하는 방식으로
일정이 짜여 있는 한미 FTA 협상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가 좌초된 상황에서는 미국
정부가 양자간 무역협상인 FTA 협상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현재로선 협상상대국 중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과의 FTA 협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그리고 재계 등 한미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희망하는 측에서는
WTO와 미국의 이런 상황변화를 내심 반기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도하라운드의 중단으로 국제 통상질서에서 WTO의 위상이 약화됐으니
이제는 FTA라는 쌍무적 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만이 한국경제가 살 길"이라면서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라는 홍보전을 더욱 공세적으로 펼치고 나설 것이 뻔하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도하라운드가 중단되고 미국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 시한의 추가 연장이
어렵게 됐다는 상황변화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중대한 새로운 변수가 생겨난 것으로 보면서, 이를 계기로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시한과
한미 FTA 협상 일정의 분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협상이 애초부터 도하라운드의 계속 진행을 전제로 추진돼 왔음을 고려하면
도하라운드가 중단된 새로운 상황에서는 협상의 전략과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재검토를 위해서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시한을 기준으로 해서 올해 안에 사실상 타결한다는 것을 목표로 했던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일정도 대폭 늦출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시한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진행된 한미 FTA 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새로운 국제 통상질서를 구축하는 일이 도하라운드의 중단으로
당장은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 또는 국가들이 통상외교에서 FTA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의 통상외교가 실제로 이런 방향으로 진전된다면 우리로서는 굳이 다른 주요 경제권이나 국가를
제쳐놓고 오로지 미국과의 FTA에만 몰두할 이유가 없어질 뿐 아니라, 미국과의 FTA 협상 자체에서도 이런 국제 통상환경의 변화를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제 통상이 다자간의 틀보다 양자간의 틀 쪽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올바른 FTA 전략을
세우는 일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한미 FTA는 최대한 늦추고 대신 전 세계의 주요 경제권이나 국가들을
상대로 지혜로운 FTA 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도하라운드의 중단으로 인해 당장 정부는
도하라운드의 타결을 전제로 만들어 놓은 분야별 양허안 등 한미 FTA의 협상안 자체를 수정해야 할
처지다.
이주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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