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칼럼은 한겨레(www.hani.co.kr)에서 가져온 것이며, 칼럼에 대한 저작권은 한겨레에 있음을 밝힙니다.
------------------------------------------------------------------------------------------
[손석춘칼럼] 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
2006-07-19 오후
06:23:23
“니그들 다 핑핑 에어콘 바람 쐬며 펜대 굴리고 있을 때 우리 남편은 뙤약볕에서 10시간씩 일했다. 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
국경일인 제헌절, 포스코 본사 앞이다. 〈민중의 소리〉가 생생하게 전한 중년 아낙의 울부짖음이다. 농성 중인 포항건설노조의 남편에게
건네려 싸 온 음식을 경찰이 가로막아서다. 굵은 눈물 쏟는 아내의 얼굴에도 무심한 장대비는 사정없이 꽂혔다. 장마에 흠뻑 젖은 300여
지어미들은 손수 만든 음식을 결국 경찰에 내던졌다. 갇힌 채 그 모습을 지켜본 지아비들의 굶주린 가슴엔 무엇이 일렁였을까.
그뿐인가.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머리를 찍힌 40대 노동자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노무현 정권 아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무장 커져갔다. 해고된 고속철도 여승무원의 절규에도 차라리 한나라당 검사 출신 의원은 화답할지언정 사장인 ‘사형수 이철’은 살천스레 생먹는다.
노 정권의 야만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은 또 철창에 갇혔다. 올 들어 두 번째다. 대추리 미군기지로 가는 평화행진단에 몽둥이 휘두른 사건을 모르쇠한 평택 경찰서를 찾아가 항의한 ‘죄’다.
반면에 미군기지 이전은 착착 강행되고 있다. 집행을 위해 군까지 동원했다. 민간인에 폭력을 휘둘렀다. 평택으로 옮겨가는 미군기지가 여기저기 싸질러 놓은 기름덩이도 노 정권의 ‘양보’로 고스란히 우리가 맡았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요, 혈세에 대한 오만이다.
노 정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일방 강행에 항의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까지 폭력으로 ‘진압’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수구언론에 밀려 인도적 지원을 거부했다. 가장 대화가 절박한 시점에 남북 사이는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런데 보라. 참으로 생게망게하다. 수구언론은 노 정권을 겨눠 여전히 언구럭부린다. 친미사대 언론에 나타난 노 정권은 한-미동맹을 뒤흔든다. 대통령 참모들은 반미주의자다. 부자신문 말로는 노 정권의 경제정책은 좌파다. 노동운동에 우호적이다. 친북이다.
그렇다. 저들의 어루꾐에 더는 착시를 일으킬 때가 아니다. 찬찬히 톺아보자. 한나라당에 정권이양 운운하며 대연정을 제안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당시 그의 제의는 거부당했다. 하지만 거부당한 것은 노무현이지 대연정은 아니었다. ‘대연정’은 성공했다. 다만 주모자가 노무현이 아닐 따름이다.
공연한 은유가 아니다. 보라. 저 신자유주의 대연정을. 저 한-미 동맹의 외길을. 신자유주의 독재정권, 한나라당과 미국이 튼튼한
‘배후’다. 엄연한 현실을 거꾸로 호도하는 ‘임무’는 언론이 맡았다. 얼마나 치밀한 전략인가. 메부수수한 노무현을 전면에 세우고, 수사적
차원에서 그와 격한 말다툼을 벌이며, 실제로는 저들만의 공화국으로 대한민국을 끌어가고 있다. ‘대연정 정권’의 출현, 성공한 쿠데타다.
그래서다. 오늘 거리에서 우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정권은 저 뜨거웠던 2002년 12월에 서민들이 뽑은 정권이 아니다. 정치인 노무현은 수구세력의 ‘문문한 앞잡이’가 된 지 오래다. 수구언론 탓에 대통령부터 착시를 빚을 뿐이다. 여론을 묵살하며 혈세를 ‘정권 홍보’에 쏟아붓는 저들이 끝내 한-미 자유무역을 강행하겠다면, 민중이 벅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연정 정권’을 교체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민중의 고통과 민족 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데 있다. 바로 그래서다. 참된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단결해야 할 까닭은. 바로 그래서다. 새삼 먹먹한 가슴에 파고드는 까닭은. 저 장대비 꽂힌 아낙의 절규가.
“니들이 그러면 안 된다.”
손석춘 기획위원 2020gil@hanmail.net
'난 반댈세! 한미FTA, 한EU FTA > 한미 FTA, 한EU FTA 소식 및 문제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FTA] 미 ‘약값제도 시비’는 협상전술? (0) | 2006.07.20 |
---|---|
매주 금요일 밤7시 동아일보앞에서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가 개최합니다. (0) | 2006.07.20 |
[펌] - 체급 다른 대표 선수 기울어진 ‘FTA 테이블’ (0) | 2006.07.20 |
[펌] - 日 "한국, FTA 너무 양보..잘 될지 의문" (0) | 2006.07.20 |
[펌] - [조순칼럼] 한-미 FTA와 한국경제 (0) | 200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