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존 가드너는 27년간
뉴질랜드텔레콤(Telecom Nz, 이하 NT)에 근무한 '숙련된 소수의' 기술자로, 노조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EPMU(Engineering Printing &
manufacturing Union, 공업인쇄 & 제조 조합)의 간부로 뉴질랜드 남섬의 남쪽 부분을 관할하고 있는 그는,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경험'을 나눈 뒤 11일쯤 출국할 계획이다.
존 가드너는
"미국인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자본을 다 유출시킨 상황을 봤다"며 "전기 통신 상하수도 도로 같은, 국민에 대한 기본서비스가 외국인 혹은
자본가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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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존 가드너(John Gardner) 전
뉴질랜드텔레콤 노조 부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통신산업이 민영화 이후 미국자본에 의해 황폐화되었다고 말한다. ⓒ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한국에 방문한
목적은? 민주노총 IT연맹의 초청으로 오게 됐다. 이번 초청은 미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이 한미FTA를 겪게되면 벌어질 상황을 생각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민영화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먼저, 전화 연결의 비용에 대해서 말하겠다. 민영화 이전에 뉴질랜드는 도심이든
농촌이든 약 30달러(1뉴질랜드달러=680원) 수준의 표준요금이었다. 정부가 국가 기본 산업인 통신산업에 대해 모든 사람에 공평하게 연결 비용을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외곽 지역, 그 중에서도 일부 지역은 상당한 고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가장 심한 경우엔 전화선 하나를 새로
놓는데 1만 8천달러를 청구했다. 그래서 국민들의 반응이 안 좋았고, 정치인들이 개입을 해서 500달러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전화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아직도 비용 때문에 전화를 못쓰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도심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농촌지역의 고객은 70년대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투자가 되지 않으니 현대화 되지 않는
것이다.
민영화 초기 뉴질랜드는 통신네트워크가 우수한 편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옛날 전화기를 쓰고, 전화선을 통해 팩스를 수신한다거나 그런 서비스는 전혀 안된다.
뉴질랜드는 가축들과 관련한 전기 사용이 많은데, '텍' '텍' 전화의 잡음이 너무 심해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사례발표에 따르면, 통신사의 가장 핵심적인 장비인 교환기를 임대해서 쓴다고
나와 있다. 업무 관련자의 증언에 의하면 회사 장비 목록에 교환기들이
들어있지 않다. 다른 데다 팔아버리고 임대하는 형태로 쓰고 있는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소유 여부를 떠나 최신 기술 바탕으로 하는 교환기로
대체해야 하는데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임대할 장비를 왜 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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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맹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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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 아니겠나, 결국은. 미국인들이 장기적인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실적을 좋게 해서 가능한 많은 배당을 뽑아내려는 것이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을 받으니,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서 회사 수익으로 잡고, 장비같은 건 임대해서 쓰는 거다.
-인터넷 보급은 되고 있나? 전화선을
이용해서 인터넷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인터넷은 보급률이 상당히 낮고, 그 비용 때문에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지금 정부는 사업체를 일반 사용자와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아예 분할 하는 게 어떤가 생각중이다. 모든 게 민영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영화
때문에 상황이 훨씬 악화된 것은 확실하다. 농촌지역은 라디오조차 낙후되어 있다.
-뉴질랜드텔레콤은 주식회사화 이후 민영화의 과정을 거쳤다. 또 민영화에
있어서는 미국의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무엇이었나?
주식회사화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민영화는 뉴질랜드 같은 국가에서는 실수였다. 통신부문은 원래가 독점기업 일 수 밖에
없고 서비스 대상이 공적인 영역이다. 민영화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도록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국가에 중요한 자산이 아닌가.
-미국 컨소시엄의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는 어떠했나?
미국인들은 뉴질랜드텔레콤에 대해 반노조적인 입장을 취했다. 원래는 직원의 99%가
CEWU(Communications and Energy Workers Union, 통신 에너지 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태였지만, 그 노조는
무너졌다. 이후 EPMU(Engineering Printing & manufacturing Union, 공업인쇄 & 제조 조합)에
가입했는데, 미국인들은 고용계약상 공제하던 조합비를 여기 넘겨주지 않았다. 회사에서 반노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회사가 불안정한 상태가 되면서
조합원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매입해 버리기 전에는 노조에서 사측과 협상할
때 구두 합의하고 악수만 하면 그걸로 '약속'이 된 거였다. 그런데 미국이 들어오면서 문서에 마침표 하나조차도 찍어야할 지 말아야 할 지를
고민해야 했고, 그런데도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가 한미FTA와 무슨 관련이 있나?
당시 뉴질랜드가 어떤 상태가 됐냐하면, 관세를 많이 철폐하고 통신 등에 대한 소유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FTA 체결과 같은 상태였고, 그래서 미국 자본이 많이 들어올수 있었다. 뉴질랜드 정부의 멍청함인지 순진함인지 마구 해외 자본을
받아들여서 쉽게 시장을 장악당했다. 뉴질랜드는 이미 규제 완환가 너무 진행되어서 통신의 경우엔 FTA논의를 따로 할 것도 없다.
-한미FTA에 대한 생각은?
FTA를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잘 대변하면서 체결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주권과
관련된, 예를 들어 전기 통신 상하수도 도로 같은, 국민에 대한 기본서비스가 외국인 혹은 자본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자본을 다 유출시킨 상황을 봤다. 노조에 대한 안티적인
태도도 가지고 있었다. 뉴질랜드 노동자들에겐 참혹한 결과가 왔다.
뉴질랜드는 한때
통신 산업의 선도적인 국가였으나 현재는 제3세계 수준이다. 그것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투자되어야 할 돈이 다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유일하게 돈이다. 한국의 안녕이라든지 공공성 이런 것엔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