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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MBC 떠나는 이유, 보도국 정녕 모르나
[양문석의 뒤죽박죽]
'공영방송' MBC 어이할까
2006년 06월 12일 (월) 10:49:41
미디어오늘 온라인을 통해 전규찬·김승수 교수가 MBC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이후 MBC는 변했는가? 결과적으로 개미 다리만큼의 변화도 없다. 아니 훨씬 더 그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라고 생존의 대안을 제시하며 각성을 촉구해야 하나?
나는 불만이다. 앞서 두 교수에게. 왜 MBC에게만 애정을 흠뻑 쏟아내나. 보라. MBC, 특히 보도국의 배신을.
▲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60%가 월드컵 관련뉴스
11일 저녁 SBS는 메인뉴스인 <8뉴스>의 첫 머리에서부터 월드컵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모두 22건의 뉴스 꼭지 가운데 14건을 월드컵 뉴스로 도배했다. 민영방송이다. 봐 준다고 치자. 공영방송 보도국의 꼬락서니를 보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KBS <뉴스9>은 이날 모두 21개의 뉴스 꼭지 가운데 8건(38%)을 월드컵 관련 뉴스로 채웠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달랑 한 건이다. "역시 공영방송!" MBC를 보면 이렇게 환호(?)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너무나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나마 MBC보다 반밖에 안했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모두 29개 뉴스 꼭지 가운데 17건(58.6%)을 월드컵 뉴스로 채웠다. KBS와 마찬가지로 한미FTA 관련 꼭지는 달랑 한 건이었다. 이것도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인가? 공영방송 보도국이 할 짓인가? 도대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벌써 몇 개월 째 이러고 있다.
그렇다면 내용을 살펴보자. 11일은 참으로 중요한 날이었다. 한미FTA 1차 본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분석해야 할, 되짚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달랑 한 꼭지씩이었다.
가뭄과 홍수로 기근이 일어나서 유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그러나 정부가 턱도 없는 외교통상정책을 펼쳐서 농민이 거덜나고 도시에 노숙자가 범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곧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미FTA 협상이다. 그런 중요한 협상의 1차 본협상이 끝났는데도 방송사들은 '매우 어려운 용어와 아주 간단한 리포터 한 꼭지'로 이를 대신했다.
이 뿐만 아니다. 단돈 1만 원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이 땅의 배고픈 민중의 주요 관심사인 최저임금제에 대해도 방송사들은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계는 87만7800원(시급 4200원)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인 경총은 현재 수준(70만600원, 시급 3100원)으로 동결하거나 100원이 오른 시급 32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사간 접전이 예상되는데도 방송사 보도국은 '남의 일'일 뿐이다.
강남에서 나고 커서 여의도에서 일하는 기자, 여의도에서 나고 커서 여의도에서 일하는 기자를 통칭 '강남8학군 기자'라고 부른다. 이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억대 연봉인 방송3사 보도국 데스크들의 눈에는 최저생계비가 아주 오래된 옛 이야기쯤으로 들리겠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고 월드컵 뉴스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 뉴스는 시청자에게 정보를 주기보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전문 자문단'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뉴스가 한미FTA 협상단에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월드컵 팀의 전문 자문단까지 한다면야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통제에도 말 못하는 '벙어리' 방송
마지막으로 또 다시 분통이 터진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지난 11일 올린 기사를 보면 방송3사의 보도국, 특히 MBC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당장 경질해야 할 지경이다. 내용인 즉 이렇다.
MBC보도국의 권희진 기자는 미국-칠레FTA가 칠레에 미친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칠레 취재계획을 한동만 외통부 통상홍보기획 팀장에게 말하게 된다. 한 팀장은 권 기자가 칠레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안 다음날 그에게 칠레에서 취재를 도울 코디(현지 가이드를 일컫는 언론계 속어)의 이름을 묻는다. 권 기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해주지 않는다.
그랬는데도 칠레 가이드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칠레 주재 한국 대사관의 김모 참사관이 자기에게 '어떤 기자가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이름을 대라'고 강요했음을 전해 준다. 김모 참사관은 심지어 이 가이드에게 권 기자가 칠레에 도착하면 아침 9시까지 대사관에 출두해서 체류하는 동안 매일 무슨 취재를 할 지 사전에 보고하고, 무슨 취재를 했는지도 사후에 보고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미FTA 1차 본 협상이 끝난 9일 늦은 밤 시간. 한미FTA 한국정부 협상단의 마지막 브리핑이 있었던 워싱턴 인근의 모 호텔. 브리핑이 시작되기 20분 전 외교통상부의 협상홍보 담당자 한 팀장이 들어서자 권 기자는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한다.
권 기자: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 정부는 뭐가 그리 구리기에 언론통제까지 하나.
한 팀장: 취재에
협조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권 기자: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취재협조를 했나. 세금이 남아나는가.
한 팀장: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드리는 차원이다.
권 기자: 왜 내가 누구를 인터뷰하는지, 언제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왜 가는지를 보고해야
하느냐.
한 팀장: 모르는 일이다. 확인해보겠다.
권 기자: 어떻게 5공 때나 있었던 언론통제가 21세기에 버젓이 일어날 수
있나.
MBC 기자가 한미FTA 협상 현장에서 한국 협상단으로부터 이렇게 '당해도' 이와 관련된 기사 한 토막 없는 것이 MBC 보도국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 MBC보도국과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양문석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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