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서럽다고 합니다.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면 나이 들어 아프면 더 서러워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거나,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거나, 돈이 없어 병원 조차 가지 못한다면 서러운 정도가 아니가 비참한 느낌마저 들겁니다.
이럴 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국민건강보험제도죠.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반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영리병원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더군요.
시민단체 경실련은 10월 26일 대선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지금은 전 후보) 3명의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공약을 비교 평가해 발표를 했습니다.
<의료불평등 해소 공약 비교>
자료 출처 : 경실련
자료 출처 : 시티신문 (11월 30일 금요일자)
영리병원이 무엇인지 생소한 분들이 계시다면,
영리병원은 주식회사 병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이죠.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병원들은 비영리병원입니다. 병원에서 나는 수익은 모두 병원을 위해 병원 내에서만 써야 합니다.
그런데 영리병원은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을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합니다. 투자자들은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하겠죠. 다시 말해 영리병원은 돈벌이가 최대 목적인 병원입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식코'형 의료제도를 생각하시면 빨리 이해되실 겁니다.
정부연구기관마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크게 올라가고, 지방에 있는 중소 병원들이 대거 도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간 의료 격차가 심한데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지역간 의료 격차는 더욱 커질 겁니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간단히 말해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각종 특혜를 준 경제특구를 말합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한정된 지역'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 6곳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2일 박근혜 후보는 춘천 유세에서 강릉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에 있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현황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국 어디에라도 영리병원이 들어 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은 아니지만 제주특별자치도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영리병원이 이미 허용된 지역입니다.
영리병원에 찬성하는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리병원은 '한정된 지역'에만 허용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 허용된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병원협회 등에서는 외국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지금 경제자유구역에 허용되고 있는 영리병원도 내국인이 최대 50%까지 투자할 수 있어 사실상 내국인 영리병원임)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내국인에게도, 국내 병원에게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주장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존 비영리병원도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댐에 한번 구멍이 뚫리면 붕괴를 막을 수 없듯 영리병원이 도입되는 순간 공적 의료체계는 급속 와해될 것이다." 라는 어느 보건의료 전문가의 말처럼 영리병원이 한 번 도입되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영리병원이 (새누리당이 2011년 11월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에 있는 독소조항(투자자-국가 제소제, 역진방지조항 등)과 결합되면 영리병원 도입을 되돌릴 것은 더욱 불가능해 집니다. 그 어떤 부작용이 나탄다나 해도 말이죠.
새누리당이 영리병원(의료민영화)을 추진해 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참고>
의료민영화 :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도입, 민간보험 활성화를 핵심으로 함.
당연지정제 : 국민건강보험증 하나만 있으면 전국에 있는 그 어떤 병원에서도 진료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함. 건강보험증을 가지고 온 환자를 병원에서는 거부할 수 없음.
지난 2008년 4월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각 정당의 보건의료분야 공약을 보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은 영리병원 허용(의료민영화)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4월 총선 당시 각 정당의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
이명박 정부가 정부 초기에 진행하려던 각종 의료민영화 조치들은 2008년 촛불집회 때 많은 국민들의 반대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18대 국회 내내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법률들을 국회에서 통과시켜려 했습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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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의료민영화 추진 의원, 친박 31명 > 친이 20명
2012-04-03 오후 1:44:07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403112927
다행히도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 새누리당이 지난 18대 국회 4년간 끊임없이 시도해 왔던 의료민영화 법안들은 국회를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우리나라 복지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의 해체를 주장하는 김종대씨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관련 기사>
'건보 해체' 김종대 논란 확산…MB정부 의료민영화까지?
"건강보험 쪼개지면 의료민영화 첫단추 끼워진다"
2011-11-17 오후 6:50:4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1117162625
이명박 정부가 정권 내내, 새누리당이 18대 국회 내내 의료민영화 관련 법률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할 때 박근혜 대선 후보는 그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박근혜 후보는 영리병원에 찬성하면서 복지에 대해, 민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의료민영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정부는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고치는 꼼수로(시행령 개정은 국회가 아닌 정부가 함)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편법을 씁니다. 이 때에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는 그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를 담은 '경제자유구역법시행규칙'이 2012년 10월 29일 공포됨으로써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제도적 절차가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정부가 영리병원을 신청한 곳에 허가만 내주면 영리병원은 국내에 들어서게 됩니다.
"댐에 한번 구멍이 뚫리면 붕괴를 막을 수 없듯 영리병원이 도입되는 순간 공적 의료체계는 급속 와해될 것이다."라고 말한 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말을 다시 떠 올려봅니다.
12월 19일에 있을 이번 대선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유지 발전시키느냐 vs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뿌리째 흔들거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겁니다.
여러분은 소중한 한 표를 어디에 주실 생각이신가요?
이번 대선이 영리병원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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