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안됩니다’
2011-11-2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272212575&code=990105
지난 26일 밤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현장에서 폭행을 당했다. 이튿날 온라인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으로 착각해 단상에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몰려들었다”거나 “서장이 흥분상태에 있는 군중심리를 알면서 한복판에 들어가 폭행을 자초했다”는 확인하기 힘든 이야기가 난무했다.
이날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날선 단어들을 쏟아냈지만 한쪽에서는 “폭력은 안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지는 겁니다”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이 외침은 집회의 ‘본질’을 곱씹어 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폭력은 오히려 집회의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경찰에 강경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정치학계 일부에서 ‘의회 쿠데타’라고까지 할 정도의 폭거였다. 그날 저녁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첫 주말을 맞은 26일 1만명(경찰 추산 22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로 발전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눈 감고 귀 막은’ 정부와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나라당임이 명백하다. 물론 영하의 날씨에 ‘얼음 대포’와 같은 물대포를 쏜 경찰도 지탄받을 대상이다. 하지만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진정한 비폭력·평화집회를 실현해낼 때 집회에서 나온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26일 밤 종로서장은 “폭력 가담자를 밝혀내 구속수사는 물론 피해를 입은 경찰관은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7일 서울경찰청장도 마찬가지 회견을 했다. 집회의 본질과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온데간데없고 ‘경찰서장 폭행당해’라는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폭력이 낳은 ‘슬픈 결과’다.
경찰도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56)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합법·평화적 집회는 보장한다’고 말해왔지만 물대포로 시민들의 분노를 돋운 것은 경찰이었다.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켜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원인 제공자인 여당조차 “물대포를 왜 쐈느냐”고 비판했다. 경찰 간부가 집회 현장 한가운데를 파고들어 간 것도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집회 대응 하나로 경찰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나온 “수갑만 내려놓지 말고 곤봉도 내려놓으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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