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baejjaera 2011. 6. 17. 20:30

 

한국 상륙한 '분노' 열풍, 등록금 '폭탄'에 불 붙이나!
[94세 할아버지의 피 끓는 절규] 20대여 "분노하라, 봉기하라!"
기사입력 2011-06-17 오후 6:19:32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10617094101&Section=03

 

▲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돌베개 펴냄). ⓒ돌베개

 


<분노하라>, '분노' 신드롬 낳을까?

"'정의'를 고민하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실체를 파악했으니, 이제 할 일은 오직 '분노'뿐인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출간 소식을 듣고 한 출판계 관계자가 툭 던진 말이다. 실제로 지난 7일부터 서점에 깔린 <분노하라>가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펴냄),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펴냄)를 잇는 또 다른 신드롬을 낳을지가 관심거리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초판 1쇄 2만 부를 찍은 <분노하라>는 17일 기준으로 1만6000부가 출고되었다. 출판사 돌베개 관계자는 "현재의 판매 추이라면 다음 주 초에 2쇄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일단 5만 부 판매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 이후에 얼마나 폭발력이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 책의 성공 여부를 놓고 출판계 안팎의 시선도 엇갈린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2010년 10월 출간된 <분노하라>가 프랑스에서 불과 7개월 만에 200만 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뒀고, 더 나아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큰 화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 경험이 다른 한국에서도 그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의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이들은 하나 같이 역사적 경험의 다름을 강조한다. 한 언론인은 "에셀은 자유로운 프랑스를 만들려고 파시스트와 싸웠던 레지스탕스 정신의 핵심을 '분노'라고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젊은이에게 그렇게 강조할 만한 역사적 경험이 무엇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언론인은 "독립 운동의 한 축이었던 좌파가 거세된 상황에서 남은 것은 백범 김구 정도인데, 그 역시 친일 독재 세력에 의해서 축출되고 말았다"며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에셀이 레지스탕스 정신을 강조할 때마다 친일을 정당화하는데 급급한 일군의 한국 지식인들이 겹쳐서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책의 성공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출판 기획자는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성공이나 최근 대학생의 등록금 인하 운동 등을 염두에 두면 지금 한국의 시민들이 원하는 책이 바로 <분노하라>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출판 기획자는 "프랑스에서 그토록 젊은이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분노하라>가 한국에서 외면을 받는다면 그야말로 진지하게 분석해볼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출판계에서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이 책을 계기로 제2, 3의 한국 판 <분노하라>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경우처럼 구매력이 있는 40대 독자로부터 <분노하라> 열풍이 시작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분노해서 쟁취한 경험이 있는, 하지만 지금은 다분히 속물이 된 이른바 '386 세대'가 <분노하라>를 매개로 한 번 더 20대~30대 후배 세대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분노하라>, 한국어판 출간되기까지

몇 개월 전부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 한국어판 출간 과정을 둘러싸고도 뒷말이 많다.

우선 이 책의 번역서 판권을 확보하고자 국내 30개 이상의 출판사가 스테판 에셀과 프랑스 출판사에 접촉했다. 그 중에서 몇몇 출판사는 상당히 높은 금액의 선인세를 제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판권을 따낸 돌베개는 "터무니없이 높은 선인세와 같은 무리한 계약 조건은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돌베개 관계자는 "에셀과 프랑스 출판사 측에 진보적인 사회과학 출판사로서 돌베개의 역사와 그간 출간한 책을 제시하며 설득했고 그것이 계약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까지 밝힐 수 없지만 가장 높은 선인세를 제시한 출판사의 3분의 2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이 되고 나서도 고민이 많았다. 원서가 13쪽에 불과한 팸플릿이라서 책의 꼴을 만드는 것도 문제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 출판사는 계약을 할 때 5유로(약 7600원) 이하로만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3유로에 불과한 프랑스 원서를 염두에 둔 값싼 책값을 강제한 것이다.

돌베개 관계자는 "<분노하라>의 출간 의도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맥락에 맞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그래서 한국 독자들이 책이 놓인 프랑스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스테판 에셀과의 인터뷰와 조국 교수의 한국어판 해설을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어판 책값으로 6000원을 매긴 데에도 사정이 있다.

돌베개 관계자는 "어차피 7500원 이하로 책값을 매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의 수익과 독자의 이익을 고려해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하려고 노력했다"며 "6000원 미만으로 책값을 책정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10퍼센트 할인을 받아 책을 사는 독자는 두 권을 사도 책이 1만 원 이하가 돼 배송비를 부담해야 하는 사정까지 고려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강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