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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봐요! '식코' ③]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 의사 최규진 씨

baejjaera 2008. 4. 7. 16:57

아래 기사는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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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함께 봐요! '식코' ③] 의사 최규진 씨  
  2008-04-06 오후 2:51:22     
  
  
  최근 미국 의료 시스템의 실상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이 바로 이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식코>를 직접 본 국내 보건의료인의 감상을 몇 차례에 걸쳐 싣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회원(의사)이 세 번째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얼마 전 백화점에서 청소를 하시는 어머니가 손목관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밀걸레질을 오래하시다 생긴 병이다. 어머니는 정규직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이라 그 일자리조차 잃으실까봐 보름의 치료 기간 동안 자비를 들여 다른 노동자에게 일을 맡기셨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시던 날 어머니의 첫마디는 이랬다. "다행이네. 그래도 보험 들어 놓은 게 있어 수술비는 벌었다." 허나 수술비 때문에 보험회사와 통화를 하던 어머니는 굽어지지도 않던 손으로 들고 계시던 수화기를 집어 던지셨다.


  
  보험에 가입할 때는 '이것도 저것도 다 보험처리가 된다' 하더니, 보험료를 지급해야 할 때가 되니 '이런 저런 이유로 보험지급 사유가 안 된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아들인 내가 그렇게 반대를 해도 매월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시던 어머니에게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불승인은 당장 어머니의 다친 손에 떨어진 도끼와도 같았을 것이다.


  
  도끼들의 천국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프레시안 

 

 

  의사로서 부모님 건강을 신경 쓰지 못 한 것도 죄송한 일인데, 그런 일까지 겪으시는 걸 보며 며칠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식코>를 보게 됐는데, 이 영화를 보며 위안 아닌 위안을 받았다. 그나마 어머니가 찍힌 도끼는 조그마한 손도끼였다는….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자신의 무릎을 직접 꿰매는 노동자, 잘린 손가락 두 개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목수, 암에 걸려 파산 신고를 하고 자식의 집에 얹혀살게 된 부부, 골수이식을 하면 살 수 있는데도 남편을 보내야만 했던 아내의 이야기.


  
  진정 미국은 '도끼를 든 민영보험의 천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영화 내내 이어졌다.


  
  국경을 맞댄 가깝고도 먼 나라
 
  영화에서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캐나다 노인은 미국 사람이 듣기에는 너무나 '사회주의적'인 이야기를 한다. "의료라는 것은 개인이 책임질 수가 없는 것이기에 마땅히 세금을 내서 국가가 공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전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도입한 캐나다의 좌파 정치가 토미 더글러스를 셀린 디옹보다 존경한다고 말한다. 그가 언급한 토미 더글라스는 실제로 2004년 CBC에서 발표한 조사에서 캐나다 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뽑힌 인물이다.


  
  아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보며 캐나다의 전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고, 이에 저절로 토미 더글러스에게 경의를 표했으리라.


  
  영화 속에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인 행세를 하며 진료를 받는 미국인도 나온다. 실제로 밴쿠버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경 지대에 있는 브리티시콜럼비아 주로 이민을 온 미국인 수는 8000명 이상으로 이란, 홍콩, 파키스탄 등 전통적으로 이민자수가 많던 나라의 수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병 주면 약이라도 주는 법
 
  오렌지인지 오�지인지 영어 교육 몰입을 이야기하는 이명박 정부가 어찌 이런 미국의 의료실상은 모르는지 궁금하다. 실제 의료 산업화론을 주창했던 노무현조차 정권 초기에는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이런 립서비스라도 했건만 이명박은 "미국 의료가 한국 의료의 모델"이라며 정권 초기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이명박은 아예 '돈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 라고 얘기하는 꼴이다. 병을 줬으면 약이라도 줘야 하는 법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과 미국산 쇠고기에 덤으로 '어린 쥐'까지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치료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양심은 있어야 한 나라의 대통령감이 아닐까?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어머니가 그래도 보장률이 60%정도밖에 안되지만 건강보험에 들어 있었기에 수화기를 던지는 데서 끝났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일자리조차 잃으실까 노심초사하시는 그 마음에 아마 뒤로 넘어가셨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어머니의 기대에 발등을 찍던 그 도끼를 더욱 시퍼렇게 갈아주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 그토록 지지하던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 이라는 것을.


  
  4월 9일이 총선이다. 총선 전에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영화 '식코' 를 보러 가야겠다. 그리고 알려 드려야겠다. "어머니 이 영화에 주인공인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요,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뀔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는 진보정당을 지지하세요. 이 아들의 부탁입니다" 하고.

 

■ <식코> 감상을 더 읽으려면…
  
  ☞"이것이 미국의 '진짜' 모습이다"
  ☞"찢어진 손가락, 직접 꿰매야 한다면?"

   

 최규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