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얼핏 봐도 용납 안돼
심상정, “협정문 면밀히 분석, 국민 앞에 실상 밝힐 것”
정부가 한미FTA 협정 타결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협정문을 공개했다. 상대인 미국에서는 민간전문가 700여명이 협정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협정문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조차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오직 장밋빛 환상을 퍼뜨려 한미FTA 찬성여론을 조장하는 것이었다.
이제 협정문이 공개됐으니 정부가 유포한 장밋빛 환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지 속속 드러날 것이다. 협정문을 얼핏 훑어만 보아도 정부의 선전이 축소, 은폐, 과장, 말재주로 덧칠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드러난 굵직굵직한 사항만도 그렇다. 앞으로 내용이 자세히 검토되면 한미FTA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협상인지 국민은 알게 될 것이다.
숨기기
정부는 협정문 영문본을 국회에 비치하면서 “한글본은 번역 중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한글본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국회가 협정문을 제대로 분석, 평가하지 못하도록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게 하고, 메모마저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따라서 협상 관계자들은 국회에 허위보고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부풀리기
세이프가드를 10년에 단 한번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전혀 거론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세이프가드란 수입이 급증했을 때 관세를 일시적으로 높여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이런 식으로 세이프가드 적용을 제한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는 그 동안 ‘무늬만 세이프가드’를 무슨 큰 것이나 얻은 것처럼 과장해서 홍보했던 것이다.
빠뜨리기
정부는 북한에 대한 역외가공지역 지정이 크나큰 성과인 양 홍보해왔다.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역외가공지역(OPZ: Outward Processing Zone)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조건 중 하나가 ‘노동․환경기준’이었다. 문제는 환경과 노동 기준은 ‘국제규범’을 따르도록 한 단서를 빠뜨렸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현실적으로 ‘국제규범’을 따를 수가 없다. 결국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말재주
협정문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말재주를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협정문 금융부문 부속서한 가운데 ‘금융서비스 이니셔티브’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자국을 금융허브로 확립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로서 이행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이 취하고 있는 긍정적인 조치를 인정하면서 미합중국은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세 가지 주요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는 대목이 있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니셔티브를 예시하고 있다.
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예외목록 규제방식으로 전환
나. 방카슈랑스 규제의 제2단계 이행
다. 보험서비스 공급에 있어 외환보유 요건의 추가적 자유화
여기서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예외목록 규제방식으로 전환’(가)이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자통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미국이 환영한다’는 표현으로 문제점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외세의 힘으로 국내제도 개악하다니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나 ‘방카슈랑스 규제의 제2단계 이행’은 수많은 국내관계자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다. 예컨대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당장 보험플래너 7만 5천명의 실직이 예상된다.(보험개발원 자료)
정부는 한미FTA와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를 협정문에 넣음으로써 국내현안을 자기 뜻대로 쉽게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힘을 빌어 국내현안을 풀 수도 없거니와 그런 전례도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민주적인 조정을 통해 국내 관계자의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것이 올바르다.
남은 문서도 공개해야
협상의 전모를 알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자료의 추가적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관료들이 청와대와 정부청사에 죽치고 앉아 한미FTA 실체를 왜곡하고 부풀리고 있다. 분명히 경고하건대 숨겨놓은 자료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마늘협상을 숨긴 전과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미FTA 협상 기간 동안 진행된 각종 기술협의 회의록도 즉각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협상 관련 서류를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없다. 협상과 관련한 모든 서류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부터 협정문의 독소조항을 면밀히 검토, 분석해 한미FTA의 실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할 것이다. 오늘은 협정문이 공개된 날이 아니라 망국적인 한미FTA 무효화를 촉구하는 국민운동이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다.
'난 반댈세! 한미FTA, 한EU FTA > 한미 FTA, 한EU FTA 소식 및 문제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 [협정문 따라읽기·1] 협정문 구성을 보면 '한미FTA'가 보인다 - 한미FTA 협정, '겉'만 봐도 '내용' 알 수 있다 (0) | 2007.05.26 |
---|---|
[펌] 경제주권 훼손시킨 한-미 FTA (0) | 2007.05.26 |
[스크랩] 곳곳에 새 독소조항” “오해” 본격 논쟁 (0) | 2007.05.26 |
[스크랩] 저작물 무단복제, 배포 사이트는 폐쇄 대상 (0) | 2007.05.26 |
[스크랩] 한글번역본 제출 안한 김현종·김종훈 고발할것 (0) | 2007.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