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최혜국대우 미래 적용’의 부메랑 |
입력: 2007년 04월 20일 08:3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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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최혜국 대우(MFN)’ 적용 시점을 미래로 한 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미 FTA 반대진영에서는 “한국이 향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양허한 만큼 미국에게도 자동적으로 개방해줘야 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측은 “이미 미국에게 충분히 개방해줘서 추가로 개방할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52개국과 FTA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 손해볼 일 없어=최혜국 대우는 어느 한 나라가 제3국과 한·미 FTA보다 유리한 협정을 맺으면 자동적으로 상대국에게 같은 혜택을 주는 조항이다. 한·미 FTA에서는 최혜국 대우을 미래 시점부터 적용키로 한 게 논란거리다. 과거 FTA는 건너뛰고 앞으로 한·미 두 나라가 각기 다른 국가와 체결하는 FTA의 서비스·투자 분야 시장개방을 추가로 한·미간에 서로 인정해주자는 내용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과거 FTA부터 적용하자고 요구했으나 미국의 주장에 밀린 것으로 평가된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미래에만 최혜국 대우를 적용키로 한 FTA는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까지 칠레·싱가포르 등 6개국과 FTA를 맺은 반면 미국은 캐나다·호주 등 15개국과 체결한 상태다. 당초 한국의 바람과 달리 과거 FTA부터 적용하지 못할 경우 이익이 줄어든다고 정전비서관은 지적했다. 반면 협상단의 산업자원부 김필구 투자정책팀장은 “미국이 체결한 과거 FTA에는 한·미 FTA에 없는 내용을 개방해주지 않아 과거 시점으로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진영은 앞으로 FTA를 체결할 국가 수가 한국이 월등히 많아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김한수 FTA추진단장은 18일 캐나다 등 협상 진행국 14개국을 포함, 총 52개국과 협상할 뜻을 밝혔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은 추가로 일본이나 중국, 유럽연합과 FTA를 타결할 가능성이 적어 최혜국 대우 혜택을 미국이 누릴 소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피해 우려=정부는 이미 미국에 ‘화끈하게’ 개방한 만큼 다른 나라에 미국보다 더 내줄 건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재정경제부 김영모 통상조정과장은 “미국에 약속한 수준을 지렛대 삼아 다른 나라와 FTA에서 공세를 취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과장은 “유럽연합도 법무 서비스나, 전문직 개방을 미국보다 더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전비서관은 “미국이 한국 협상단을 설득하던 논리를 이제 정부가 내세우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에게 유보해둔 방송 분야 등에서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협상 카드로 쓰기 어렵게 된다”고 비판했다.
반대파들은 기본적으로 최혜국 대우 역시 나중에 한국에 불리해도 개방 수준을 후퇴시킬 수 없는 ‘역진금지(레칫)’ 조항을 적용받는다고 상기시켰다. 또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유보된 것 이외에는 모두 개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어서 미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개방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최혜국 대우가 적용되는 투자와 서비스는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분야라서 한국의 손해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송변호사도 “FTA라는 건 양자간 특성에 따라 구체적 협상 내용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대국에 맞는 협상 전략을 짜야 하는데 미국이 반사효과를 누리게 된다면 선택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