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론] 청와대는 틀렸다 심상정 “잘못된 현실인식이 빗나간 대책 만들어”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라는 <청와대브리핑> 기사에 실수와 과장, 잘못 이해한 내용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자료인용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소득양극화는 개방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반론을 내놨다. 우선, 내용을 떠나 반론이 나온 걸 환영한다. 이런 식의 구체적 토론이야말로 이견이 분분한 한미FTA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합리적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미FTA와 양극화가 관계에 있는가.’ 이것이 찬성쪽과 반대쪽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갈리는 쟁점이다.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양극화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찬반 양진영은 양극화 문제에 대해 더 논쟁하고 쟁점을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논쟁이 되려면 청와대는 앞으로 한미FTA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 또한 한미FTA가 양극화를 부추기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찬성론과 선명히 대비시킬 것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양극화현상 청와대는 “소득양극화는 개방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하나마나 한 얘기이기도 하다. 세상에 한 가지 원인만으로 일어나는 일도 있단 말인가. 양극화는 자본주의가 성립된 이래 늘 따라 다닌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 현상으로서의 양극화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고 논쟁하는 양극화는 1980년대 이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물려 진행되는 특수현상으로서의 양극화다. 신자유주의를 선도하거나 받아들인 나라에서는 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과 영국이 그랬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받은 멕시코와 남미제국이 그랬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새로운 자유’라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현혹되지 마시라. 여기서 자유란 단지 ‘자본’에게만 허용된 자유일 뿐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자본에 고정환율제라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이 재갈이 풀리면서 자본은 나라와 나라 사이를 맘대로 오갈 수 있게 됐다. 신자유주의란 이러한 ‘자본이동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본이동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부른다. 자산소유자와 무소유자 사이의 양극화, 투기자본에 취약한 나라에서 금융위기 뒤 빚어지는 ‘자산쏠림’ 현상 등에 따른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의 양극화가 깊어진다. 자본자유화와 양극화는 직접적 인과관계 한편 신자유주의자들은 ‘양극화는 자본자유화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양극화의 원인으로 다른 것들을 제시했다. ‘기술진보’ 때문에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 듯하다. 기술이 진보하면 그에 맞춰 숙련이 필요한데 신기술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생기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양극화의 원인을 자본이 아닌 노동자에게 돌리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학설을 받아들여 ‘정보화’도 양극화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자본이동 자유화(자본계정 자유화)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고, 때문에 1990년대 들어 개시된 자본자유화 조치에 주목한다. 한미금융정책협의회 이후 마련된 ‘금융자유화와 시장개방 청사진(Blue-print for Financial Liberalization and Market Opening)’, OECD 가입 등이 자본자유화의 주요 동력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양극화를 향해 치달아왔으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 경향이 가속화된 것이다.
청와대는 소득양극화가 개방과는 상관없다면서 ‘외환위기 때문에 소득불평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외환위기 뒤 무엇이 바뀌었는가. 미국과 IMF의 요구로 자본이동의 자유가 허용된 게 가장 큰 변화다. 그에 따른 구체적 결과가 자본유입 증가, 외국자본에 공기업소유(민영화)․적대적 M&A․메이저은행 소유 허용,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도입 등이다. 이들 조치로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는데, 이게 바로 자본‘개방’ 아닌가. 이 점이 걸렸던지 청와대는 덧붙인다. 외환위기 때는 준비 없이 개방했지만 한미FTA는 철저히 준비해서 개방을 한다고. 또 외환위기 이후와 견줘 개방폭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준비된 개방’이 문제 아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 드러났듯 준비가 철저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준비를 많이 해 OECD에 가입했다면서도 그 직후 외환위기가 터진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미FTA로 개방폭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개방폭이 클 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네거티브 방식의 자본시장통합법을 고려하면 그 폭은 더욱 커진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의 FTA는 상품뿐만 아니라 자본이동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한미FTA와 양극화의 관계를 규명하려면 자본자유화 변수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경향은 개방도의 변수로 무역의존도 외에 직접투자(FDI) 유입 정도, 금융시장 개방도 등을 사용한다. ‘세계은행 정책연구논문’을 다수 내놓은 밀라노빅(Milanovic, Branco) 역시 FDI 변수를 고려한다. 이 학자는 청와대가 인용하고 있는 산업연구원 원자료에도 소개된 인물이다.
따라서 ‘대다수 경제학자들도 경제개방 정도를 나타내는 일반적 변수로 무역의존도를 사용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세계은행 연구’를 훑어보면 소득불평등을 설명하는데 자본자유화 변수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시장주의’ 타령은 그만, 실질적 양극화 대책부터 청와대가 반론에서 거론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 소득불평등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높다는 점이다. 더욱이 참여정부 들어서도 소득불평등은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로 계산한 전가구 소득 10분위 배수 추이를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정부 시기 전 가구 소득 10분위 배수 추이
자료: 통계청 참여정부 들어 소득불평등도가 커지는 것은 자본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정부는 투기자본 유입까지 환영했다. 론스타 사태가 대표적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요리하는 동안 참여정부는 외자를 유치했다며 덕담을 하기에 바빴다. 이러니 양극화가 심해지는 건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참여정부가 양극화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부채가 170조가 늘어났지만 대부분 환율방어와 공적자금 차환에 쓰였을 뿐 양극화 해소에는 쓰이지 않았다. 성인 5명 중 1명(721만명)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사채시장에 기댈 때도 ‘시장주의’ 타령만 했을 뿐 아무 대책이 없었다. 사실이 이런데 엉뚱하게도 “한미FTA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참여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비현실적 구상에 집착하기보다는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실질적 양극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난 반댈세! 한미FTA, 한EU FTA > 한미 FTA, 한EU FTA 소식 및 문제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미FTA ‘최혜국대우 미래 적용’의 부메랑 (0) | 2007.04.20 |
---|---|
[스크랩] 영문본만 비치…컴퓨터 화면으로만 열람 가능 (0) | 2007.04.20 |
[스크랩] [인터뷰] '반FTA 국민경제비서관' 정태인 (0) | 2007.04.20 |
[스크랩] 4·19혁명의 부정, '한미FTA 쿠테타' (0) | 2007.04.19 |
[펌] [송기호의 FTA 뒤집어보기(5)] ISD 20문 20답(上) - "투자자-국가 소송제 반대는 왜곡선동"? (0) | 2007.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