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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보수언론의 화려한 대연정,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면 그 봄날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틈만 나면 서로를 비난해 온 대통령과 보수언론이 달라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중매역할을 한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추임새를 넣으며 서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과 대통령의 '대연정'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보> 3월 23일자에 묻어났다. '대통령과 족벌언론의 화려한 대연정'이라는 2면 톱 제목에서다. 그 대상이 대통령과 사사건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보수언론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조선, 중앙 화려한 변신...왜?
그랬다. <조선일보> 22일자 사설은 제목부터 태도가 달랐다. '대통령의 농업 발언 옳다'는 사설은 제목부터가 암시한다. "대통령이 자신이 꺼낸 한미 FTA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우리 농업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솔직히 말한 것은 '용기'다"고 치켜 세웠다. <중앙일보>도 예사롭지 않다. 이날 사설 '한미 FTA와 농업개혁 의지 밝힌 노 대통령의 용기'에서 장단을 맞췄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농업인들 앞에서 작심한 듯 쓴 소리를 했다"고 한 사설은 "대통령의 소신과 결단을 지지하며, 여야 정치인도 정파를 떠나 한미 FTA를 타결하고 우리 농업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육과 국방, 부동산문제 등을 놓고 평행선을 치달리며 날선 대립각을 수년 유지해 온 신문들 아니던가. 가히 '대연정'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3월 마지막 날 사설에서도 이들 두 신문은 달랐다. 다른 신문의 사설과 달랐다. 정말 대연정이 시작된 것일까.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과거와는 태도가 분명 달라졌다. <조선>은 이날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 시대로 가는 큰 걸음'에서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최종 책임자인 내가 내리는 것'이라며 결단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다시 칭찬했다. "대통령이 협상을 밀고 나갔던 그런 각오로 국회 비준동의까지 마무리 지어 한국과 한국 경제의 앞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열흘 사이에 이처럼 친숙한 표현들을 한 것은 근래에 없었던 극히 이례적이다. 오보소동에도 지역적 시각은 배제
신문제작 마감 시간이 지나도록 한미 FTA 협상이 끝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최종 결과가 실리지 않은 신문이 배달됐지만 31일 오전 정부가 협상시간 연기를 발표한 시점을 고려했을 때 결과적으로 '대형오보'를 낸 셈이다. <중앙>도 이날 1면 '청와대 백악관 "총론은 합의"'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 "양국 협상팀이 총론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설에서는 열흘 전 추임새보다 한층 소리가 높았다. '한·미 FTA,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는 한미 FTA의 총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며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협상 의지를 밝힌 지 1년여 만이다"고 전제했다. 그러더니 "여기까지 온 데는 누구보다 노 대통령의 공이 컸다"고 미리 평가했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대통령으로서 정파를 떠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는 사설은 "그동안 양극화가 심화하고,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는 등 실정이 적지 않았으나 그는 한미 FTA를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신문의 화려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바라본 민언련이 즉각 찬물을 끼얹었다. 30일 '수구보수신문, 쪽박 협상의 진실을 은폐하지 말라'란 성명에서다. "절차적 정당성도 없고 실질적 이익도 거두지 못한 FTA를 '체결만이 국익'이라고 강변하는 수구보수신문들의 파렴치한 작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농도지역 '들끓는 민심 어찌하나'
수많은 논란 속에 진행됐던 한미 FTA 협상이 결국 막판 진통 끝에 연기됐지만 진통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험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협상타결을 전제로 보도한 것도 모자라 타결의 공로를 대통령에게 돌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보수신문들의 보도에선 들끓는 지역민심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역언론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과는 상이하다. 보수신문이 바라보는 한미 FTA과 그 시각이 너무 다르다. 31일 지역신문은 성난 민심을 전하느라 바빴다.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은 한미 FTA 최종협상 타결 시 농도(農道)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중지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거센 반발과 시위를 무게 있게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FTA체결로 인한 도내 농가피해는 지역경제에도 거센 폭풍우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남일보>도 30일 한미FTA 저지 광주ㆍ전남 결의대회와 FTA 협상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제주, 강원 '감귤, 축산농가 붕괴'걱정
아직 계절관세 적용 시기와 연차별 관세인하 세부계획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수입 빗장이 완전히 열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미국산 오렌지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라일보>도 '한라봉·시설감귤 등 연쇄붕괴 우려'의 기사에서 "계절관세가 적용되면 당장 월동온주와 한라봉, 하우스감귤에 이르기까지 제주 감귤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농업 비중이 높은 강원지역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원도민일보>는 '도내 산업 타격받나'란 기사에서 "쟁점이 돼 있는 소고기의 경우 하이록, 횡성, 늘푸름, 대관령 등 4개 기존 브랜드 외에 영동권 광역 한우브랜드인 '한우령'이 4월 공식 탄생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밀려올 경우 브랜드·가격 경쟁이 격화돼 고급육 육성이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 지역이 한우, 과수, 복합영농 등 틈새농업에 그나마 생존을 걸어왔는데, 한미 FTA협상 타결로 농업시장이 개방되면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마치 협상이 타결된 것처럼 보도하면서 '우리농업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정파를 떠나 한미 FTA를 돕자'고 보도한 수구보수언론들은 지역적 시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3월 마지막 날 아침엔 더욱 그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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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건강세상 평등세상
글쓴이 : 반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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