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경향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기고] 한·미 FTA ‘재’재협상 원칙과 논리
이해영 |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 2haeyoung@gmail.com
2011-05-26
수년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미 FTA가 특정 정당이나 정파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에 대한 향후 대응도 공동의 프레임을 통해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4월13일 야4당의 정책연합 합의는 여전히 유효한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한·미 FTA와 관련, 당시 야4당은 ‘한·미 FTA 비준 저지와 전면적 재검토’를 합의한 바 있다. 세부 내용은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 △한·미 FTA 독소조항 전면적 검증 △한·미 FTA 국회에서 전면 법률검토 △통상절차법 제정 △약사법 개정 반대 등이다.
이 합의를 자세히 뜯어보면, 차이가 있는 2개의 입장을 묶어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적으로 참여정부 당시의 한·미 FTA 원안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첫째 입장은 ‘원안 찬성-재협상안 반대’이고, 둘째 입장은 ‘원안 반대-재협상안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0명 중 51명(73%)은 첫째 입장에, 19명(27%)은 둘째 입장에 지지를 표했다. 대략 7 대 3의 비율이다. 그리고 국민참여당이 주로 첫째 입장이라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둘째 입장이다.
‘재협상안 폐기’서 다시 출발
올 초만 하더라도 정부 측은 원안은 본회의에 상정하고 작년 12월의 재협상안, 곧 ‘서한교환’으로 되어 있는 합의문만을 외통위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재협상안은 ‘별개 (stand-alone)조약’이라는 다분히 어설픈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하지만 5월 초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번역 오류가 포함된 기존 원안을 철회하면서, 향후 2가지를 묶어서 동시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시기는 대략 6월 말~7월 초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진영의 선택지 또는 대안전략은 다음의 3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는 원안, 재협상안 모두에 대한 ‘즉각 폐기론’이다. 둘째는 선대책론이다. 물론 이 대책은 단순히 특정산업에 국한된 현금 보상이나 실효성 없는 재탕 대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 FTA가 ‘가장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이니 만큼, 대책 역시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에는 ‘통상절차법’ 제정, 대폭 강화된 무역조정지원법,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 통상인력의 쇄신 등이 포함된다. 셋째는 야4당 합의문에 나와 있듯이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 후 그 대안으로 새로운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재’재협상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 역시 작년 12월의 재협상에 국한하는 안과 원안을 포함하는 안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옵션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자동차 관세철폐 4년 유예의 원상회복과 특별세이프가드 폐기, 세제·환경·안전기준 등 양보 원위치, 개성공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오바마의 행정명령 취소, 허가특허연계 조항 철폐(약사법 개정 저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둘째 옵션에는 투자자·정부소송제, 네거티브 리스트 폐지, 역진방지 메커니즘 폐기, 농축산, 지재권, 금융서비스, 무역구제 재협상 등 대표적인 독소조항의 개정을 목표로 한다.
결국 이 말이다. 반대진영 내 입장 차이를 인정하되 공동의 지반, 곧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에서 함께 출발해, 한·미 FTA 원안에 포함된 온갖 독소조항을 바로잡아 호혜평등하고 공정한 협정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야권연대 강화라는 대원칙하에서 수준높은 정책공조의 학습과정이 될 것이다.
원안의 독소조항 바로잡아야
현재 미국에서 한·미 FTA는 무역조정지원법(TAA)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일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그래도 이르면 7월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9월 정기국회 즈음 비준동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정부·여당이 또 강행 처리할 경우, 남는 것은 한 가지다. 한·미 FTA는 일방의 ‘서면통보 후 180일 후 종료’된다(협정문 24.5조 2항). 매우 까다로운 발효와는 달리 종료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 단, 이는 정권교체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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