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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 필요한 진짜 이유 5가지
다시 보는 한미FTA의 허구와 진실
2008.11.11 17:31
▲ 1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미FTA 졸속체결 반대 비상시국회의 재결성을 위한 조찬 모임.
ⓒ 연합뉴스 안정원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FTA 재협상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쪽의 재협상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하루빨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국제환경이 변하고 있고, 한미FTA의 불공정한 내용 등을 들면서 재협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 등은 11일 국회에서 한미FTA 토론회를 열고, 미국쪽의 재협상을 국익을 높이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기회에 한미FTA의 각종 독소조항 등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미 양국 의회에 넘어간 한미FTA는 국민생활 전반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만큼, 내용이나 폭이 광범위하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FTA를 통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정말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다시한번 따져본다.
[허구①] 일자리 30만개 늘고, 소비자 이익 크게 늘어난다?
한 마디로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일단 정부 주장부터 보자. 정부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10년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0%(매년 0.6%) 증가한다고 했다. 일자리도 매년 3만4000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5월 대국민담화에서 30만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에 경제학자 등이 참여한 한미FTA비상시국회의 영향분석팀이 정부 연구방법대로 해봤지만, 전혀 딴판이었다. 매년 0.22% GDP 상승뿐이었다. 둘 중의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한미FTA로 질좋은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고, 국내시장의 경쟁이 심해져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순진한' 믿음 때문이다. 물론 특정 일부 공산품목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 기업간 경쟁력 차이에 따른 시장의 독점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농업, 의료뿐 아니라 정밀화학·정밀기계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있다. 미국 메이저 곡물 기업들이 멕시코 옥수수 시장을 독점한 후, 옥수수값을 크게 올린 점이 이를 보여준다.
한미FTA로 인한 약값 상승도 확실시 된다. 정부 스스로도 5년동안 약 1조원의 약값 인상을 인정할 정도다. 물론 시민사회단체쪽에선 약값 상승이 5조원 이상에 달해 국내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구②]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FTA를 거론할 때 들고 나오는 문제가 자동차 부문이다. 한마디로 불공정하게 체결됐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그동안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에 따라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해왔다.
국내에 미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를 볼 때, 일정하게 미 자동차 시장 진출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나 우리 정부 생각만큼, 미국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정도인지는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에서 외국 자동차의 관세율은 8%, 미국은 2.5%다. 2000만원짜리 소나타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치면 50만원 정도 싸지는 효과다. 수익이 높은 3000㏄이상 대형차의 경우는 3년동안 관세철폐가 유보된다. 관세인하 효과가 생각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직접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물량은 매년 25%씩 줄고 있다. 미 알라바마 등 현지에서 만들어 직접 파는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2010년에 가면, 미 현지생산이 대미 수출량의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있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시장은 활짝 열어놨다. 미국산 자동차를 위해 각종 자동차 세금 등 제도 자체가 바뀌게 된다. 사실상 미국산 대형자동차에 대한 조세특례를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허구③] 쌀 개방만은 막았다는 정부, 식량 주권의 포기
한미FTA에선 쌀을 뺀 거의 모든 품목에서 관세를 없앴다. 관세철폐 예외로 인정받은 품목은 단 1%에 불과했다. 과거 한-칠레FTA에서 29%, 한-싱가포르FTA에서 33.3%가 관세 철폐 예외로 인정받았다. 미국도 호주와 FTA를 맺으면서 342개 품목을 예외로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농업분야의 타격이 크다. 쌀 등 극히 일부 품목을 빼고 전면 개방된다. 미국은 농축산업에 매년 70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쌀 농가소득의 약 75%를 정부에서 보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입되는 미 농축산물과 국내 농산물과의 경쟁 자체가 무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은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서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자국 농민들을 위해) FTA 협상에서 해당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관철시키고 있다"면서 "반대로 우리 정부가 농민들을 위해 내놓은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농업분야에서 발생하는 피해 85%까지 보전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농촌 기반마저 한미FTA로 인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어 향후 식량안보와 식량주권 포기에 따른 비용 또한 막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농민들이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쇠고기
[허구④] 투자자-국가 소송제라는 또 하나의 괴물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한미FTA에서 "또 하나의 괴물"로 불린다.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미 우리 정부가 체결한 FTA 뿐 아니라 80여개 나라와 투자보호협정 등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말그대로 한국이든, 미국이든 외국인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와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국제 중재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위반 제소제' 역시 비슷한 이유로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한미FTA를 통해 투자와 재산권의 개념이 크게 확장되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국내 부동산정책을 비롯해 각종 공공정책에 대해 제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선 이들 투자자들의 잦은 제소나, 제소 가능성으로 인해 각종 정책 수립 과정이 크게 위축될수 있다.
물론 최종협정문에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복리를 목적으로 하는 환경, 보건, 안전,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은 제소 대상에서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같은 조항들로 인해 향후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투자자들을 의식한 나머지 정책의 자율성을 상당히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한 무규제와 탈규제의 폐해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구⑤] 국내 법률이 100여개 바뀌는데... 미국은 단 하나?
한미FTA의 불공정, 불평등 논란 가운데 하나는 양국의 법률 개폐 과정이다. 정부는 한미FTA 발효를 위해 국내 법률 가운데 24개를 바꿔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쪽에선 한미FTA로 인해 국내 법률을 바꾸거나 없어지는 것이 무려 169개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국내법 변경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의 소관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따라서 1개의 국내법 일부 변경을 빼고는 협상에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미국 의도대로 진행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은 처음부터 관세인하보다는 우리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관련 세제를 바꾸는 것이나, 환경규제, 약값결정 제도 변화, 지적재산권 제도 변화 등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마저 한미FTA는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시 적용되지만, 미국은 주(州) 정부의 별도의 승인절차가 있어야 한다. 만약 가입을 원하지 않는 주(州)의 경우 한미FTA 효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심각한 불균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새로운 출현으로 한미FTA는 또 다시 논란의 도마위에 올라와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FTA의 조기 비준안 처리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FTA의 이익은 극소수 상위 계층과 다국적 기업으로 돌아갈 뿐, 다수의 국민에겐 별다른 이득이나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는 적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FTA를 다시 보자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쪽에서 불고 있는 한미FTA 재협상론을 이용해, 국내에서 한미FTA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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