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과 관련하여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오늘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하더군요.
교육 보다는 한숨 소리가 더 컸습니다.
저는 전에도 밝혔듯이 병원에서 간호사의 신분으로 진료비 자체심사와 청구를 담당하는
소위 보험심사 간호사입니다.
병원에서 진료 내역을 심평원으로 청구하면 심평원에 있는 심사요원들이
건강보험 범위안에서 적정한 진료를 했는지 심사한후 결과를 건강보험공단과 각병원에
통보하게 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로 부터 거둬들인 건강보험료로
심평원에서 결정한 금액을 병원에 입금하구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원장..
현재 건강보험을 담당하고 있는 쌍두마차 두 기관의 기관장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얼마전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런데..그것만이 아니더군요.
이미 임원의 90%이상이 사표를 냈고, 모두 처리 되었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습니다.
그러리라 짐작만 했었는데 직접 확인하고 보니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병원, 일부 의사들의 분노를 샀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병원 건강보험 실무자인 저또한 심평원의 삭감에 대해,
공단의 태클들에 대해 무쟈게 욕을 하고 불만을 가졌었지만,
그것은 두 기관이 하는 일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보다 환자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병원을 쥐어짜는 것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화가 나도 참았고,
때로는 수긍하기도 했었던게 사실입니다.
(여담이지만 심평원이 개발한 EDI는 현재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유럽에서도 상담 문의가 끊이지 않을 만큼 우수한 진료비 청구 심사 평가 시스템입니다.)
공단이나, 심평원 수장이 현재....의사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
그동안은 병원을 쥐어짜느라 심사지침을 만들고,
환자들의 기본권리를 바탕으로
약이나 재료, 의료행위등에 대해 각종 세부지침을 만들어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건강보험재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의사가 두 기관의 수장이 된다면 그동안
의료의 질 향상, 적정진료, 건강보험 재정을 중요시 했던 기조가 달라집니다.
중증환자, 심혈관수술, 뇌혈관수술의 의료비 경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국고 부담..산정특례, 진료비 상한제..등등의 좋은 제도또한..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삭감은 덜하겠죠.
삭감때문에, 민원때문에, 감사때문에 힘들었던 저도 조금은 편해지겠죠.
건강보험재정을 지키기 보담,
적자가 나더라도 병원 수익과 의사들의 수익을 더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나갈것입니다.
.....환자들이 저항할거라구요?...ㅎㅎㅎ 천만에요.
환자들은, 일반 국민들은 절대 모릅니다.
당장 손해 나는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건강보험 적자폭은 커질거예요.
건강보험 적자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건강보험은 무용지물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영화를 부분적으로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것입니다.
그러면 현 정부는 거봐라 하면서 민영화에 박차를 가할것이고,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언론들은 국민들한테는 질높은 의료를 제공받을 거라고 떠들것이고,
보험사들은 대대적인 보험상품으로 국민들을 유혹하겠죠.
현장에서도 벌써 느껴집니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될것같습니다. 아니...이미 진행이 된듯한 느낌도 들더군요.
.....혹자들은 말합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국민들의 저항이 클텐데 ...
설마 시행할리 없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렇게 말하는 분들...혹시 내 대신, 누군가가 격렬히 싸워주길 바라는 거 아닙니까?
당장 나는 안 아프니까 자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
맞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몇년동안 희생을 할 것이고, 그 가족들이 희생을 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고 이웃이 죽어갈 것입니다.
"나"만 아니면 다행인거죠. 내 식구가 아니면 되는 거죠.
내 집값은 오르고, 나는 당장 안아프면 되는거고..또 뭡니까?..아 또 있군요.
나와 내 식구만, 내가 사는 서울만..땅값 오르고 내가 가진 집값올라 나만 행복하면 되는
거군요.
누가 싸웁니까?
누가 촛불이라도 들 것입니까?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정치인들...죄송하지만 이번에 다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놈의 집값 때문에요.
최소한.....이런 저런 특별법 만들어 날치기 통과 시키려 할때 막아줄 국회의원들..
쪽수도 부족하거니와 몸 날려줄 사람도 없습니다.
국회의장..망치 두드리면 끝납니다. 법 통과 되는 거예요.
요 몇년 없었을 뿐이지..악법들 다 그렇게 날치기 통과 시켰습니다.
몸으로 막으려 했던 국회의원들을 같은 급으로
"저놈들은 맨날 싸워.."라고 언론들이 떠들어 대면 맞어 맞어.
멋도 모르는 국민들이 저놈들 다 똑같아라는 시선으로 볼때..
같은 급으로 취급되면서도 막으려 했던 몇몇 분들의 노력을..저는 눈물 흘리며 지켜 봤습니다.
80년 광주가 피 흘려서 그 피로 이룬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혜택을
다 같이 누리면서 광주를 왕따 시켰는데..설마 또 ..어느 지역에서...
민주화를 위해 죽고 다치고 잡혀가고 고문당하고...그래서 그 혜택은
분에 넘치게 누렸으면서 집값 때문에, 돈때문에 다른 사람을 뽑아 놓고서..
설마...또 싸워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너무 뻔뻔합니다.
우리를 위해 싸워 주기를 바랬다면 최소한......뽑아는 줬어야지요.
....
이야기가 딴길로 가버렸군요.
그제, 어제..오늘...
머리가 돌다 못해 미쳐버릴 것 같은 날들을 보내며...
오늘 교육을 받고 난후,
민영화는 절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끔찍한 현장을 확인하고 보니
더 이상은...
미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민영화가 되면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엄두도 못 낼 테니까요.
지금도 아프면 당장 몇천원, 몇만원..하는 병원비..
아이들 우유하나 더 먹이려고, 아이들 학원하나 더 보내려고,,
생활비 쪼개고 쪼개 적자나는 가계부 들여다 보며
되도록 안 아프려고 노력 하는 저는 대한민국 지방에 사는 서민입니다.
더 끔찍한 것은 .....병이라는 것이 노력한다고 걸리지 않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병이라는 게
내가 선택할수 있는게 아니라는 게 정말 무섭습니다.
암걸린 환자들의 대부분 첫 반응이..."설마..내가..."입니다.
설마 내가...병에 걸리겠어?...
잔인하지만 한 마디 하렵니다..
바로 당신이 병에 걸릴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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