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는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서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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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런 건 왜 안 가르쳐 준거야"
[한미 FTA 찬성했던 노건강 씨의 폐암 투병기 1]
2007-06-26 오전 8:42:39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과 무관하게 오는 30일 워싱턴에서는 협정문 서명식이 강행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 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의 시한이 6월 30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일단 서명식을 하고보자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강경하기 때문이다. 일단 서명식을 하고 나면 한미 FTA는 한미 양국 의회의 비준만을 남겨놓게 된다.
이렇게 한미 FTA 관련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은 한미 FTA가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정부, 언론에서 온갖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좋은 일만 생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협정문을 분석해 일반 시민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 FTA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전망해보는 기고를 보내왔다.
세 사람의 필자들(이정례, 서상희, 강주성)은 "한미 FTA에 찬성했던 평범한 시민 노건강 씨가 폐암에 걸리면서 겪게 되는 일을 풀어쓴 이 글이 한미 FTA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길 바란다"며 "글 중간중간 삽입한 협정문의 관련 부분과 해설을 함께 읽어보면 이런 예측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은 이 기고를 두 번으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나 노건강. 한미 FTA 찬성했었지만, 지금은…
나 노건강, 난 원래 공평한 것을 좋아해. 몇 년 전에 시민단체들이 반대한다는 한미 FTA라는 것도 그래. 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다른 나라에 물건 팔아서 우리만 이득을 보려고 하면 쓰나? 안 그래? 내가 이득을 보면 손해 볼 때도 있는 거지. 그런 면에서 한미 FTA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잘한 일이야. 그 때 비준 동의안을 가결한 국회도 허구한 날 놀고먹고 하더니 오랜만에 쓸 만한 짓을 하나 하긴 했다 싶었어.
지금까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 왔었거든, 그런데 얼마 전 아파서 병원에 간 후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지. 왜 바뀌었냐고? 그래서 내가 오늘 그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민간의료보험 때문에 쪼그라든 국민건강보험, 내 암 치료비로 집안이 거덜 나게 생겼네
내가 원래 골초야. 한미 FTA 이후에 관세나 뭐 이런 거를 확 내려놔서 외국 담뱃값도 아주 싸지고 해서 기분 좋게 피웠지. 뭐, 담배 피면서 폐암 걸린다고 확신하고 피우는 사람 봤어? 근데 내가 걸린 거야 글쎄. 요새 왕창 쏟아져 광고하는 그 흔한 '에이씨 보험'도 하나 안 들어 놓았는데 이거 큰일 났다 싶었어.
하긴 그거 들어 놓았어도 그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어. 요새는 뭐 보험을 금융감독원에 신고도 안 하고* 지들 맘대로 상품을 개발해서 판다며? 내가 아는 사람이 감기부터 골절ㆍ화상ㆍ치매까지 보장해 준다는 그 '뭐시기 보험'을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다른 건 모두 안 되고 딱 그거 네 가지밖에 안 해준다고 해서 보험회사하고 소송을 한대나 어쩐대나. 돈 벌어서 죄다 그 놈의 보험회사들만 좋은 일 시킨 꼴이지 뭐.
* 협정문 제13장 금융서비스 부속서 13-나, 제9절 보험의 신속한 이용 가능성 : "미 합중국은 상품신고 절차에 대하여 예외목록접근방식에 기초한 정책 및 절차를 이 협정의 발효 후 1년 이내에 채택하기로 한 대한민국의 계획을 환영한다." : '예외목록접근방식'을 채택하면 법으로 신고를 해야하는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에 대해 사전 상품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보험회사들이 자유롭게 여러 가지 상품을 개발ㆍ판매할 수 있어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
그 꼴 보니 애초에 안 든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막상 걸리고 보니 그나마 그것도 아쉽긴 해. 요새는 민간보험회사들이 국민건강보험처럼 환자들이 내는 비용을 다 내준다고* 하니 안 든 사람이 바보가 될 만큼 하나씩은 다 들어 놓았더라고. 맞아, 나 같은 놈이 바보지 뭐. 나도 그렇지만 안 들고 싶어서 안 든 게 아니라 들고 싶어도 돈 형편이 여의치 못해서 못 들었을 텐데 그러면 바보가 되고, 든 사람들은 든 사람들대로 이중으로 보험료 못 낸다고 하면서 아예 건강보험을 없애자고 이야기하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 협정문 제13장 금융서비스 부속서 : 예외목록 접근방식에 의한 보험상품 출시 : 민영보험은 이미 환자들이 내는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실제 지출되는 비용 전체에 대해 보험지급을 하는 상품을 이미 출시했다. 앞으로 이런 '실손형 보험'은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예외목록접근방식'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상품의 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인부담금을 민영보험이 다 부담하게 되면,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회수가 많아진다. 결국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로 연결돼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존재 자체가 위협 받을 것이다. |
▲ 한미 FTA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보건의료 분야의 국민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근데 정말 문제는 뭔지 알아? 민간보험들이 국민건강보험에서 보험 안 해주는 각종 약이나 1인실, 2인실의 병실료도 보험으로 비용을 내주고 있으니까 이 정부가 굳이 건강보험에서 돈 들어가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이제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은 완전히 맛이 갔다고 생각한다는 거여. 그냥 반쪽짜리 보험이 된 거지. 그러다보니 한 달에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건강보험을 아예 없애자고 난리래.
떠드는 말들이 이해는 간다만 그래서 건강보험 없애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날로 다 죽는데 그런 걸 알긴 아나? 하긴 그 사람들이야 시간나면 건강검진하고 좋은 거 먹고 그러는데 병원 갈 일 우리네 같이 없을 건데 한 달에 건강보험료를 수십만 원씩 내면 아깝기도 하겠지?
요새는 송도에 있는 외국 합작 병원에 치료 받으러 엄청 간다며? 그 병원은 병실 전부가 1인실이라는데 참 돈이 좋긴 좋아. 이제 문제가 많다고 다시 없앨 수도 없다는데* 이거 아무리 돈이 중심인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사회가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아냐?
* 협정문 24장 최종 규정 부속서11(서비스 투자분야) 역진방지조항 채택 : "대한민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 다만 이 유보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률 제 8369 호,2007.4.11) 및 제주특별자치도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법률 제 8372 호,2007.4.11)에 의한 의료기관 및 약국 등의 설치에 관련된 특례와 그 법률에서 특정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원격서비스 관련 특례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 한미 FTA는 한국 사회에 줄 충격을 감안해 보건의료 서비스의 개방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특정 지역(경제 특구 등)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즉 경제자유구역,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실시한 보건의료 서비스 개방에 문제점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을 돌이킬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
뭔 놈의 병원비가 이리 비싼 거야?
병원과 의사들도 난리인가 봐. 인천 송도, 부산, 광양 그리고 여기저기 짓는 외국 병원들에 있는 의사들의 상당수가 국내 의사들인데 똑 같은 땅덩어리에서 같은 시험 봐서 면허를 땄는데 왜 월급이 몇 배씩 차이가 나느냐며 난리고 병원들도 마찬가진가 봐. 똑같이 국내 의사들이 같은 땅에서 같은 돈 들여서 진료하는 데 어떤 병원은 100원 받고 자기들은 10원, 20원 받으면 좋아하겠어? 결국 뭐겠어? 진료비용을 왕창 올려서 병원이 돈 더 많이 가져가게 해서 그 돈으로 의사들 월급 더 주는 거 말고 방법이 뭐가 있겠어?
국내 병원보다 경제자유특구에 있는 이 외국 병원들이 지금 우리들이 내는 진료비용보다 대여섯 배는 더 비싸다고 하니 그게 가능한 거지 다른 게 뭐가 있나. 지난 번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까 한 가족 4명이 감기가 옮아서 모두 그 비싼 병원에 갔다는 거야 글쎄, 갔더니 진찰받고 약비용까지 해서 한 60만 원을 냈다는 거거든. 어휴 그거 보면 그럼 대여섯 배가 아니라 적어도 일곱 여덟 배는 되나봐.
그렇게 진료비용을 내면 우리 건강보험은 에이 몇 배가 올라도 안 될 텐데? 건강보험료를 그렇게 올리면 나도 뭐 미쳤어? 그냥 민간보험 들고 말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나마 돈을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있긴 하잖아. 나처럼 맨 날 월급 받아 사는 사람들이야 그래도 그거라도 믿어야지 어째? 건강보험이야 내가 내면 우리 가족이 어떻든 다 해결되는데 민간보험이야 뭐 그런가. 우리 부부와 애들 둘해서 모두 4명이 하나씩 다 들어야 되잖아. 어휴 그럼 돈이 얼만데….
참, 지난달에 민간보험회사들이 우리 정부를 국제중재기관인가 하는 데에 제소를 했다는 데 그거 사람들이 뭔지 잘 모르더라고. 내가 내용을 자세히 보니 이게 진짜 기가 막히더군. 민간보험회사들이 상품광고를 하면서 하도 광고에 문제가 많아지고, 상품 약관도 이상하고(가입을 해도 약관을 읽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당신도 읽어본 적 없잖아. 맞지?-또 약관 자체가 가입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거든), 또 갖은 수를 써서 어떻게든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하고, 개인 정보와 관련한 문제도 너무 극심해서 정부가 이거 안 되겠다 싶었던 가봐.
그래서 그 뭐냐 '민영의료보험 규제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돈에 눈먼 보험회사들을 한방 먹이고, 항상 당하는 소비자들을 챙기려는 비교적 싹수 있는 생각을 했나 보더라고. 어떻게 됐냐고? 그거 꼭 물어봐야 알아? 우리 정부가 왕창 깨졌잖아. FTA 조항에 투자자 국가 소송제라는 게 있대. 나도 예전에 인터넷 신문 어디에서 본 거 같기는 한데 그게 뭔지 읽어도 난 그땐 몰랐지. 한마디로 말해서 어떤 눔이 장사하고 있는 데 국가가 정책이든 뭐든 만들어서 지금보다 장사가 안 된다 싶으면 해당 장사꾼이 그 나라를 상대로 피해보상소송을 할 수 있다는 거지.* 한마디로 말해서 뭘 한번 다시 잘해보려고 정책을 바꾸고자 해도 원천적으로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워졌다 이거지.
* 협정문 제11장 서비스 투자분야 제11,16조 청구의 중재제기 (투자자 국가 소송제 : ISD) : "분쟁당사자가 투자분쟁이 협의 및 협상을 통하여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청구인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다음의 청구를 이 절에 따른 중재에 제기할 수 있다 : 외국에 투자했다가 현지 정부의 부당한 정책으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 정부정책으로 손해 보면 국가상대제소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
암튼 몇 년 전 그 시끄럽던 한미 FTA 끝나고 요새 상황이 이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이 걸려서 병원에 갔더니 아 글쎄 이제는 확실히 그 눔의 한미 FTA의 힘을 실감하겠더라고. 하여튼 자기에게 구체적으로 확 뭔가가 닥쳐오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사실 그래서 쪽박 찼던 일이 사실 많았는데도 말이야. (계속)
이정례,서상희,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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